매일신문

[100년 학교] 故 최명진·문택수 교사의 제자·나라 사랑 품은 '경산 진량초교'

물에 빠진 제자 구하려다 순직한 故 최명진 교사
'말잔디' 노래 작사·작곡 나라사랑 정신 일깨워 준 故 문택수 교사
박해정 4선 국회의원, 김문조 의학박사 등 6천966명 배출

진량초등학교의 운동회 모습. 시대 미상. 진량초교 제공
진량초등학교의 운동회 모습. 시대 미상. 진량초교 제공

경북 경산시 진량읍의 진량초등학교는 1923년 5월 1일 개교해 1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인재 양성의 산실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며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이 학교는 교실 4개를 신축해 1, 2학년 각 1학급씩 2학급의 진량공립보통학교로 개교했다. 1938년 4월 진량공립심상소학교로, 1941년 4월 진량국민학교, 1996년 3월 진량초등학교로 교명 변경을 했다.

광복 후 우리 손으로 학교 경영을 시작했다. 1950년 6·25 전쟁 발발 후 당시 진량초등학교는 피난민들의 수용소가 됐다가 경기도 경찰대와 육군 18포병대 552부대가 학교에 주둔하면서 학교시설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

진량초교는 1973년 13학급 670명이 재학해 학생수가 가장 많았다. 이후 1980, 90년 대 이농현상과 2000년 대 학령인구 감소로 대부분의 읍 지역 초등학교의 학생수가 급감한 것과 달리 진량초교는 재학생수 400~600명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진량읍이 경산산업단지 조성과 도시화에 따른 인구 유입 때문이다.

재학생 수의 추이를 살펴보면 1983년 439명(12학급), 2003년 561명(18학급), 2013년 534명(22학급), 현재는 483명(22학급)이다.

진량초등학교의 운동회 모습. 시대 미상. 진량초교 제공
진량초등학교의 운동회 모습. 시대 미상. 진량초교 제공

진량초교는 올해 1월 제97회 졸업생 89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6천96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총동창회는 1983년 발족 이후 매년 동문 체육대회를 열고, 모교 졸업식 때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오고 있다.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아 총동창회(이동욱,47회)와 개교100주년사업추진위(위원장 김순천,44회)는 지난 4월 29일 모교 운동장에서 동문과 재학생, 학부모, 학교 관계자 등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교 100주년 기념식 및 축제 한마당을 개최해 자축하고 새로운 100년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개교 100주년 기념비 제막식과 기념식수, 동문들의 거리 퍼레이드, 노래자랑 등의 축제 한마당을 펼쳤다.

진량초등학교 개교 100주년을 맞아 2023년 4월 29일 기념비 제막식을 하고 있다. 김진만 기자
진량초등학교 개교 100주년을 맞아 2023년 4월 29일 기념비 제막식을 하고 있다. 김진만 기자

졸업생 중에는 모교를 빛낸 사람들이 많다. 박해정(4회) 4선(1·3·4·5대) 국회의원은 교통부장관을 역임했다. 서울대 치대 교수로 재직하다 6·25 때 피난차 낙향해 진량 중·고교를 설립해 초대교장을 역임한 후 다시 상경해 치과의원을 개업했던 김문조(3회) 의학박사도 모교를 빛냈다.

진량초등학교 개교 100주년을 맞아 2023년 4월 29일 기념비 제막식을 가졌다. 김진만 기자
진량초등학교 개교 100주년을 맞아 2023년 4월 29일 기념비 제막식을 가졌다. 김진만 기자

진량초등학교 개교 100주년을 맞아 2023년 4월 29일 모교 주변에서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진량초교 총동창회 제공
진량초등학교 개교 100주년을 맞아 2023년 4월 29일 모교 주변에서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진량초교 총동창회 제공

경제계는 박성형(2회) 전 신라섬유 회장, 장광수(27회) 조일건설㈜ 회장, 장병국(32회) 전 대구컨트리클럽 부회장, 이태준(43회) 전 KB국민은행 대구경북본부장 등이 있다. 법조계는 대구고등법원 법원장을 역임한 김찬돈(46회) 변호사, 관계는 박만성(49회)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학계는 이화남(27회) 전 계명대 교수, 김만기(40회) 카이스트 교수, 김종훈(45회) 서경대 교수, 채희락(46회) 한국외국어대 교수, 군 출신으로는 서두효(24회) 예비역 육군 소장, 서철수(28회) 예비역 육군 준장 등이 있다.

장병국 전 대구CC 부회장은 1990년부터 20년 가까이 대구CC 골프장을 진량초교 학생들의 소풍이나 사생대회 장소로 제공하거나, 종합예술제를 후원하는 등 모교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

이 학교 교정에는 두 명의 교사를 기리는 추모비가 있다.

진량초등학교 교정에는 고 최명진 교사 추모비와 순직비, 고 문택수 교사의 추모비(사진 오른쪽부터)가 있다. 김진만 기자
진량초등학교 교정에는 고 최명진 교사 추모비와 순직비, 고 문택수 교사의 추모비(사진 오른쪽부터)가 있다. 김진만 기자

고(故) 최명진(1917~1943) 선생은 1942년 6월 진량초교에 부임해 이듬해 1학년 담임을 맡아 7월 9일 체육수업을 마치고 50여명의 학생들과 학교 앞 토산못에 몸을 씻으러 갔다가 물에 빠진 제자를 구하려다 구하지 못하고 순직했다.

그 당시 1학년 제자들이 1973년 7월 9일 최 교사의 희생과 제자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해 교정에 추모비를 세웠다. 이 추모비는 2004년 현재의 장소로 옮겨 세웠다. 1974년부터 매년 7월 9일 재학생과 졸업생,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제가 이어져 오고 있다. 추모제 초기에는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각자 집에서 과일 등 제수를 정성껏 준비해 제단에 올리며 선생님의 제자 정신을 기리기도 했다.

진량초등학교는 1943년 7월 9일 토산못에 빠진 제자를 구하려다 순직한 고 최명진 교사의 기일에 매년 추모제를 거행하고 있다. 진량초교 제공
진량초등학교는 1943년 7월 9일 토산못에 빠진 제자를 구하려다 순직한 고 최명진 교사의 기일에 매년 추모제를 거행하고 있다. 진량초교 제공

고(故) 문택수(1906~1935년) 선생의 추모비도 있다.

그는 1925년 20세의 나이에 진량초교에 부임해 일제의 문화말살 정책의 탄압 속에서 살아가야 할 제자들을 걱정하며 꿋꿋하게 자라는 어린 동심을 생명력이 강한 잔디에 비유한 '말잔디' 노래를 작사· 작곡해 제자와 나라사랑 정신을 일깨워 줬다.

그 뜻을 기리고자 김문조 동문 등이 1983년 스승의 날(5월 15일) 교정에 추모비를 세웠다.

이들 두 교사의 제자 사랑과 나라 사랑 정신은 이 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마음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촛불로 남아 진량초교와 우리 교육계를 밝혀주고 있다.

진량초교는 그동안 제12대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상 수상(2014년), 다문화교육 정책학교 및 거점학교(2020년), 경북도교육청 지정 통일교육 연구학교(2023~2024년)로 지정됐다. 그린스마트스쿨 사업 대상학교로 지정돼 내년까지 교실신축 등을 통해 새롭게 탈바꿈한다.

진량초등학교 학생들의 체험학습 장면. 진량초교 제공
진량초등학교 학생들의 체험학습 장면. 진량초교 제공

권해인 교장은 "삶의 힘인 즐거운 '앎', 따뜻한 '마음', 행복한 '꿈'을 기르는 참 좋은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량초등학교 주요 동문

김증갑(1회) 전 청도경찰서장(초대 총동창회장), 채광락(17회) 전 경산군의회 의장, 김병호(18회) 전 진량농협장, 김시윤(20회) 전 하양읍장, 채기환(21회) 전 경산시의원, 배광원(21회) 전 경산보광의원 원장, 안원호(23회) 전 대구영진의원 원장, 진병열(29회) 전 대구고등검찰청 사무국장, 김태수(30회) 태수양복점 대표, 이호억(31회) 전 하양새마을금고 이사장, 이재만(36회) 카렌택 대표,유재철(37회) 전 서울영희초등학교 교장, 김찬진(38회) 전 경산시 행정지원국장, 채종호(38회) 전 경산시의원, 채종수(38회) 전 경산시 행정지원국장, 배광원(38회) 전 경산시농업기술센소장, 노주용(39회) 농촌지도자 경산시연합회장, 김문기(43회) 부림새마을금고 이사장, 김순천(44회) 전 달서고등학교 교장, 류정열(46회) 제일동물병원 원장, 이재근(46회) 프로텍스 대표, 최만수(47회) 인터불고컨트리클럽 대표, 이동욱(47회) 경산시의원, 이송자(48회) ㈜에스제이메디슨 대표, 김동면(49회) 하양여고 교장, 정홍표(50회) ㈜홍성건설 대표, 김성수(51회) ㈜송암건설 대표, 박수식(52회) 삼양한의원 원장, 손인락(55회) ㈜성우EN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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