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 스미스. 외국인 친구 이름이 아니다. 크로스핏, 퍼스널트레이닝이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요즘, 헬스장에 한번 가봤다는 이들이라면 금세 눈치를 챌 수 있다. 스미스는 스미스 머신이다.
스물아홉 살 7년 차 회사원인 여주인공 U노가 보디빌딩 대회에 도전하는 소설이다.
U노는 퇴근 후 회사와 집 사이에 있는 헬스장에 들려 정해둔 루틴을 수행하고 다음 날까지 이어지는 근육통을 불러오는 것이 일상의 낙이다. PT도 받지 않고 헬스장에 한 대뿐인 스미스 머신을 벗 삼아 일 년 넘게 홀로 묵묵히 트레이닝 한 덕분에 보디빌딩계의 유명인 O시마의 눈에 든다.
O시마의 제안에 헬스장을 옮겨 보디빌딩 여자 부문, 지금은 피지크라는 명칭으로 바뀐 BB대회에 출전해보라는 권유를 받는다. 도전을 결심한 U노. 그러나 그저 신체를 체계적으로 단련하고 싶다는 순수했던 동기와 달리 대회를 향한 준비에는 예상치 못한 복병들이 난무한다.
태닝, 제모, 피어싱, 12센티미터 하이힐.
무대에서 필수적인 커다란 피어스를 달기 위해 난생 처음 귀를 뚫고, 전문 숍을 돌아다니며 태닝과 제모를 한다. 또 색이 현란한 비키니를 구입하고 규율 상한선인 12㎝ 하이힐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렇게 겉모습은 머릿속에 그리던 이상의 육체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마음엔 의문이 든다. 내가 원했던 것은 과연 이것이었을까?
젠더와 몸에 대한 담화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 소설은 U노의 시점을 통해 아름다움과 강인함에 대한 본능적인 열망, 보여지는 것으로서의 젠더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대회 준비를 위해 머리를 기르고 식단을 관리하는 U노에게 동료들은 '남자친구가 생겼나 보다', '여자들은 힘들겠다'며 스스럼없이 말하고, 보디빌딩 대회 중계를 본 U노의 어머니는 '너도 저렇게 울룩불룩해지는 건 아니지?'라고 염려한다.
여성스러움이란, 아름다움이란 원래 무엇이었을까. 소설가 오쿠이즈미 히카루의 한 줄 추천글이 이 책을 통과하는 명확한 한 문장이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여성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뛰어든 세계에서 오히려 여성다움을 강조하는 아이러니가 흡인력 있게 그려진다. 170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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