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보건복지부가 대구 한 건물에서 추락한 10대가 병원을 전전하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행정처분을 내린 가운데, 상급병원 응급실로 몰리는 경증 환자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복지부는 '의료기관별 위반사항'을 발표하면서 "대구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수용을 의뢰했을 때 진료 중이던 다른 환자들 중 상당수가 경증 환자였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경증 환자와 중증 환자가 뒤섞여 북새통을 이루는 현 응급실 분위기에선 중증 환자를 놓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역 한 대학병원이 지난해 응급실에 방문한 환자를 분류한 'KTAS(한국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 등급(최초 분류 결과)' 자료에 따르면 의학적으로 '응급'에 해당하는 1~3등급은 60.7%에 불과했다.
10명 중 4명은 준응급·비응급 상황임에도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은 것이다.
대구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낮 시간에도 대학병원 응급실에는 경증 환자를 포함해 수용 범위를 훨씬 넘어 환자들이 몰리기 때문에, 전공의 1명이 환자 10명 이상을 동시에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한 번에 여러 환자를 보다 보면 머릿속에서 환자 상태가 섞이기 일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입원 환자와 달리, 응급 환자는 언제든 상태가 급변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인원을 본다고 해도 업무 강도가 훨씬 높다.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몰라 늘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일부 의료기관의 책임으로 돌려선 안 되며, 응급의료 시스템 전반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환자가 몰리는 응급실일수록 이런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데, 특정 기관·의료인의 책임으로 몰아간다면 전공의 지원율 하락 등 응급의료 시스템 붕괴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역 의료계를 통해 확보한 '대구시 응급의료기관별 내원 환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대구 응급실에 방문한 환자는 모두 38만여명이다.
의료기관별 환자 비중은 대구파티마병원이 12.9%(4만8천954명)로 가장 많은 환자들이 찾았다. 이어 ▷경북대병원 11.6%(4만4천16명) ▷칠곡경북대병원 10%(3만8천201명) ▷계명대 동산병원 8.5%(3만2천221명) ▷대구가톨릭대병원 7.5%(2만8천550명) ▷영남대병원 6.7%(2만5천546명) 순이었다.
한편, 환자 수용 결정권을 응급의학과 의료진에게 맡긴 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진료과목별로 세부적인 분과가 워낙 많다 보니 응급실 의사라고 해도 실제 해당 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한 전문의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다"며 "이 때문에 환자 수용의 최종 결정권은 응급의학과가 아닌 각 진료과 의사들에게 있어야 한다. 과거 응급의료정보센터(약칭 1339)와 같은 컨트롤타워가 수술이 가능한 의사에게 직접 연결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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