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도 좋고, 대게며 새우 등 바닷가 도시, 포항을 대표하는 음식은 많지만 왠지 조개구이는 해변의 낭만이 있다. 벌겋게 달아오른 연탄불 위로 까맣게 거슬린 조개껍질만 봐도 청춘시절 수작질을 나누던 첫사랑과의 여행이 떠오른다.
아무래도 함께 곁들이는 소주 때문일터다. 파도 소리를 배경음 삼아 포항의 바다를 즐기기에 조개구이만큼 좋은 음식도 드물다.

◆자갈 밭 위의 운치, 서비스 조개탕이 일품
포항의 대표 관광명소인 영일대해수욕장에는 무수한 조개구이집이 늘어서 있다. 그중 가장 처음 문을 연 곳이 '한계령조개구이 본점'이다. 따로 체인점이 있지 않지만, 이 가게가 유행하면서 한계령이란 이름을 붙인 다른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자 특별히 '본점'이라고 이름을 바꿨다. 최초라는 명성에 걸맞게 포항에서는 이미 유명한 가게이며 맛 또한 훌륭해 이번 설문조사에서 택시기사들의 원픽을 받았다.
한계령조개구이 본점을 찾기는 쉽다. 영일대해수욕장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자갈이 가득 깔려있는 집을 찾으면 된다. 자갈밭 군데군데 놓은 원통형 탁자들이 탁트인 바닷가를 향해 늘어서 있다.
33년 전 처음 조개구이를 시작할 때는 원통형 탁자 안에 연탄을 넣어 위에 석쇠를 두고 구워먹는 것이 전부였다. 최근에는 연탄가스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게 안 절반 정도를 가스 화로로 교체했다. 연탄에 구워먹는 것과 가스불에 구워먹는 것이 향과 맛 등에서 조금은 차이가 나니 손님이 고르면 된다. 미식가 흉내를 내며 불까지 고르는 겉멋도 부려 봄직하다.

모둠을 시키면 주로 키조개와 가리비, 웅피(북방대합조개·곰의 피부처럼 껍질이 거칠다)같은 것들이 나온다. 치즈나 비법소스, 쪽파 등 양념들이 각자의 맛에 맞춰 올려져 있다. 여기에 조개가 마르지 않도록 육수를 조금씩 뿌려가며 구워내는 방식이다.
한계령조개구이 본점의 최고 백미는 서비스로 나오는 옛날도시락통 조개전골이다. 서비스지만 무려 20가지가 넘는 재료를 섞어 이 집만의 노하우가 가득 담겨 있다. 심지어 나갈 때까지 계속 리필이 가능하다. 조개구이가 워낙 양에 비해 가격이 좀 있는 음식이다 보니 애주가들을 위한 주인장의 배려가 엿보이는 서비스이다.

◆젊은 남매가 꾸리는 톡톡 튀는 감성
지금이야 많이 쇠락했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송도해수욕장은 영일대해수욕장과 함께 포항을 대표하는 피서지였다. 설문조사 2위로 꼽힌 '여신상조개구이'는 그런 송도 바닷가의 수십년 전통을 이어감과 동시에 젊은 감성을 색다르게 입히는 곳이다.
40년 전부터 할머니가 꾸려나가던 횟집을 30대의 손자·손녀 남매가 넘겨받아 조개구이집으로 변신시켰다. 문을 연 것은 지난해 7월쯤이지만 고작 10개월만에 벌써부터 맛집으로 알려졌다니 호기심마저 든다.

여신상조개구이만의 차별화는 무엇보다 푸짐한 양이다. 모둠을 시키면 30개 가량의 조개들과 전복·새우까지 한상 그득히 차려진다. 전복 갯수도 적지 않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대로 대접받는 기분이다. 여기에 피자소스와 베이컨·치즈·옥수수를 양껏 채운 소스까지 푹 찍으면 도저히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활성탄 위에 조개를 올리고 치즈소스가 담긴 은박접시를 함께 데워내면서 입보다 먼저 눈과 코가 즐겁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송도해수욕장 입구에 서있는 여신상 바로 앞에 가게가 있다. 탁 트인 바다 전망과 오른편으로 보이는 포항제철소의 불빛이 낮보다 밤에 더욱 운치가 있다.
댓글 많은 뉴스
'尹파면' 선고 후 퇴임한 문형배 "헌재 결정 존중해야"
'퇴임 D-1' 문형배 "관용과 자제 없이 민주주의 발전 못해" 특강
"조직 날리겠다" 文정부, 102차례 집값 통계 왜곡 드러나
헌재재판관 지명 위헌 논란…한덕수 대행 역풍 맞나
한덕수 돌풍, '어게인 노무현'?…영남이 선택한 호남 후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