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응급실 뺑뺑이' 10대 사망 계기 "상급병원 응급실 경증 환자 걸러내야"

대구시의회 관련 조례안 가결…의료위 설치해 이송 체계 개선
의료기관 협력체계 구축 담겨

119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 자료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119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 자료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보건복지부가 4일 '응급실 뺑뺑이 10대 환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대구 의료기관 4곳에 행정처분을 내린 가운데, 재발 방지를 위한 응급의료 체계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상급병원 응급실로 몰리는 경증 환자를 걸러내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호소가 나온다. 대구시의회는 지역 응급의료 대응체계 강화 조례 개정에 나섰다.

이날 복지부는 '의료기관별 위반사항'을 발표하면서 "대구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수용을 의뢰했을 때 진료 중이던 다른 환자들 중 상당수가 경증 환자였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경증 환자와 중증 환자가 뒤섞여 북새통을 이루는 현 응급실 분위기에선 중증 환자를 놓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역 한 대학병원이 지난해 응급실에 방문한 환자를 분류한 'KTAS(한국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 등급(최초 분류 결과)' 자료에 따르면 의학적으로 '응급'에 해당하는 1~3등급은 60.7%에 불과했다. 10명 중 4명은 준응급·비응급 상황임에도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은 것이다.

지난 한 해 대구 응급실에 방문한 환자는 모두 38만여명이다. 의료기관별 환자 비중은 대구파티마병원이 12.9%(4만8천954명)로 가장 많은 환자들이 찾았다. 이어 ▷경북대병원 11.6%(4만4천16명) ▷칠곡경북대병원 10%(3만8천201명) ▷계명대 동산병원 8.5%(3만2천221명) ▷대구가톨릭대병원 7.5%(2만8천550명) ▷영남대병원 6.7%(2만5천546명) 순이었다.

대구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전공의 1명이 환자 10명 이상을 동시에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번에 여러 환자를 보다 보면 머릿속에서 환자 상태가 섞이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의회는 4일 본회의에서 응급의료 대응체계 강화를 골자로 하는 '대구광역시 응급의료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원안 가결했다.

임인환 대구시의원(중구1)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지난 3월 대구에서 10대 학생이 응급실을 전전하다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숨진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정안은 지역응급의료 이송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응급의료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응급의료위원회'를 설치해 중증응급환자 이송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임인환 시의원은 "응급병상을 단기간에 더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을 고려해 현재 있는 응급병상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침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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