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日 총리의 만남 요청에 고민하는 민주당

7~8일 한국을 방문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우리나라 여야 의원들을 만나고 싶다며 회동 초청 의사를 밝혔다. 대상은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 간부 의원들이다. 여당은 참석하겠다고 밝혔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즉답을 못 하고 고민 중이다. 한일의원연맹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일본의 사죄 표명이 중요하기 때문에 (먼저)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 사죄' 발언을 하고, 민주당이 욕먹지 않을 분위기가 조성되면 만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일본 방문 당시 일본 여당인 자민당 소속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비롯해 일본 제1야당 입헌민주당 대표 등을 만났다. 국익을 위한다면 민주당 역시 기시다 일본 총리를 만나는 것이 합당하다. 만나서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와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질문할 것이 있으면 질문해야 한다.

민주당이 기시다 총리의 만남 요청에 바로 답하지 못하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만큼 처지가 궁색해진 것은 본인들이 자초한 것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을 싸잡아 비판해 왔다. 지지율 끌어올리기 일환으로 일본과 관련한 모든 외교를 '반일 프레임' 안에서 폄훼하기 바빴다. 4일까지도 시민사회단체들과 공동 기자 회견을 열어 '호갱 외교' '일본에 간 쓸개 다 갖다 바치는 대통령' 등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국익을 생각하면 일본에 요구할 것, 협력할 것을 구별해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지층만 바라보며 막무가내로 비판만 했으니 민주당으로서는 일본 총리를 만나 '협력·협조'를 논하기가 난처할 것이다. 자칫 일본 총리와 만남에서 웃는 장면이라도 나오면 지지층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받을지 모르니 말이다. 대한민국 야당 의원이 일본 총리를 만나 환담을 나누며 웃는 게 무슨 논란 거리가 되겠는가. 그 자연스러운 장면조차 두려워하도록 만든 장본인은 바로 자신들이다.

야당이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 정치를 위해 다소 비합리적인 말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나치다. 지지율만 생각하며 쏟아내는 발언들이 민주당으로 하여금 국익을 위한 일을 할 수 없도록 발목 잡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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