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다회용컵 보증금제'가 전국 일부 지역에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긍정적인 변화와 문제점이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제도가 연착륙하려면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회용컵 이용 괜찮으신가요, 고객님? 보증금은 1천원입니다." 3일 대구 달서구청 1층에 있는 구내카페. 테이크아웃 주문을 받은 종업원이 다회용컵 이용 의사를 물은 뒤, 음료를 내왔다. 다 마신 컵을 카페나 청사 내 자동회수기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컵은 딱딱한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져 반복 사용·세척하기 충분했다.
달서구청은 올해 2월부터 청사 내 다회용컵 회수기 2대를 설치하고 다회용컵 보증금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음료 테이크아웃을 원하는 고객은 보증금 1천원을 내고 다회용컵에 음료를 담아간 뒤, 회수기나 매장을 통해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환급받는 방식이다.
다회용컵 보증급제는 지난해 말 세종과 제주 등 일부 지역에 시범적으로 도입됐다. 정부는 시범 사업이 끝나면 전국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대구에선 달서구청 구내카페에서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다.
다회용컵 보증금제는 기존 카페에서 발생하던 플라스틱 폐기물 감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텀블러 등 개인용품을 쓰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 달서구청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전인 지난해 12월 기준 카페 이용자의 개인용품 사용률은 4%에 그쳤으나, 2, 3월 들어서는 각각 24%, 25%로 크게 늘었다. 다회용컵 회수율도 90%에 육박한다. 컵 10개 중 9개는 반납돼 재사용된다는 얘기다.
반면 이용자 입장에서 번거로움이 많고,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인 면이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청 공무원 A(47) 씨는 "외근을 나가거나 퇴근할 때는 외부의 다른 카페를 이용한다. 무심코 컵을 버릴 때도 있고, 일일이 반납하는 게 귀찮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달서구청 구내카페의 경우 지난해 12월 1만2천317잔이던 월별 음료 판매량이 2월 들어선 8천264잔으로 급감했다. 판매량이 무려 3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그만큼 컵 반납에 부담을 느끼는 이용자들도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회용컵 세척 비용 문제도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다회용컵 수거·세척·컵 재지급에 드는 비용은 개당 100원이다. 카페에서 흔히 쓰는 14온스(414mL)짜리 플라스틱 컵 가격이 개당 50원 안팎임을 고려하면,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는데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은영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한 번 불편함을 겪은 소비자는 추후 동참하고자 하는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일회용품 절감이라는 목표만 내세우기 전에,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다회용컵 보증금제가 연착륙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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