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일제 강제징용 피해 ‘제3자 변제’ 논란 이제 매듭짓자

2018년 대법원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 3명 중 1명이 정부의 '제3자 변제'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강제 징용자 15명 중 10명의 유족이 배상금을 받기로 했지만, 생존해 있는 3명은 일본 기업의 관여와 일본 측의 사과가 없다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지금까지 밝혀 왔다.

'제3자 변제'안이 대법원 판결 취지에 반한다며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냥처럼 주는 돈은 안 받겠다"며 거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피해자도 있다. 그런 상황을 예견하고도 윤석열 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제시한 것은 한일 관계 경색에 따른 국익 훼손을 회복하고,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양국이 공동 대응하기 위함이다.

'제3자 변제'에 반대하는 징용 피해자들의 입장에 공감한다. 반드시 일본의 사과를 받고 직접 배상을 받고 싶을 것이다. 그럼에도 '제3자 변제' 방식으로 매듭짓자는 것은 그 방식이 '좋아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최선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배상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본다. 2018년 우리 대법원 판결은 국가 간 조약과 배치되는 판결이었다. 대법원 판결이 존중돼야 하듯, 국회 비준을 거쳐 체결한 조약도 국내법과 동일하게 존중돼야 한다. 게다가 강제징용인들을 고용했던 과거 일본 법인은 이미 해산됐다. 구 일본제철 자산이 현재 회사에 출자됐지만 새로 태어난 법인은 다른 회사다. 이런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제3자 변제' 방식뿐이다. 청구권 협정으로 받은 자금으로 우리나라 경제 기반 시설을 닦고, 기업을 만든 점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십 년 소송을 끌어온 유족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아무 대안도 없이 제3자 배상을 반대함으로써 자신들은 정치적 이익을 얻겠지만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는 고문일 뿐이다. 피해자들의 고통을 생각하고, 한일 양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제는 매듭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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