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이면 쾌창한 날씨 덕에 반려견과 함께 외출하거나 캠핑을 다니기도 한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으로 동물병원을 긴급 내원하는 반려견들이 있다. 5월에 다발하는 반려견 질병들과 그 예방법을 소개한다.
◆노령견, 비만견은 고체온증에 노출 위험
여름철 열사병은 누구나 예상한다. 하지만 5월에 반려견이 열사병에 걸리라고는 예상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에 동물병원으로 응급으로 내원하는 환자견 중에는 고체온증 환자견들이 존재한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의 급성 열사병에 비해, 5월에 발생하는 고체온증 환자견은 특징이 있다. 노령견, 비만견, 심장질환견처럼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견이 대부분이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선선한 날씨였다는 선입견에 5월의 햇볕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5월에도 햇볕에 노출되어 걷다보면 반려견은 체온이 상승한다. 그리고 체온을 낮추기 위해 과호흡이 발생한다. 건강한 반려견이라면 문제되지 않을 기온이지만 과호흡에도 체온 발산이 어려운 심장병, 노령견, 기관지협착증, 비만견, 프렌치불독처럼 단두종증후군을 가진 개들이 이에 해당한다.
5월에 발생하는 반려견 열사병은 그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기저질환을 가진 반려견들은 당장 위험한 상황까지 도래하지 않았다하더라도, 그 후유증이 서서히 악화되어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산책 후 반려견이 무기력하고, 밤사이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호흡이 가빠보인다면 응급 상황으로 이해하고 신속히 수의사의 검진을 받아야 한다.

◆햇볕에 노출된 자동차에 반려견을 두는 것은 위험
기온이 25도, 5월의 쾌청한 날씨에도 햇볕에 노출된 자동차 실내 온도는 급속히 상승한다. 실험에 의하면 불과 20여분만 에 실내온도가 50도를 상회한다. 건강한 성인도 불과 10여분 정도면 호흡이 가빠지는 위험한 상태가 초래된다. 이렇게 햇볕에 노출된 자동차에 어린이나 반려견을 혼자 두는 것은 범죄나 다름없는 매우 위험한 처신이다.

개는 땀을 분비하지 않는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서 빠른 호흡을 통해 체열을 발산시켜야 한다. 하지만 공기 온도가 개의 체온 보다 높을 경우 급속히 고체온증에 빠지기 마련이다.자동차 실내 온도가 40도에 근접하는 순간 부터 반려견은 고체온증이 발생하며 급사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임을 명심해야 한다.
열사병이 확인된 반려견은 최대한 빨리 동물병원으로 이동하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동 중에도 체온을 낮추기 위해 차가운 물을 적신 수건을 사지와 엉덩이에 번갈아 적셔주며 체온을 낮추어야 한다.
◆열사병 후유증
열사병은 당장의 고열이 개선되었다 하더라도 후유증 예방을 위한 검사와 치료가 중요하다. 심장병, 신부전, 비만견, 노령견일수록 후유증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열사병을 앓은 반려견이 회복되더라도 후유증 여부를 잘 관찰해야 한다. 걸음걸이 이상, 경련, 무기력, 불안,식욕부진, 구토 등의 증상이 관찰된다면 수의사와 상담하고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뇌출혈, 뇌경색 등의 신경계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서 MRI 검사가 적용되기도 한다.

◆반려견 열사병 예방을 위한 TIP
1. 그늘, 환기, 신선한 물 이 세가지는 반려견의 더위 예방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2. 개를 원룸에 혼자 둔다면, 몇시에 실내 온도가 최고에 도달하는지를 꼭 체크해 둔다. 실내 온도가 28도에 육박한다면 냉방을 예약 가동시키거나, 출근 전 아이스쿨매트를 여러곳에 비치해 둘 필요가 있다.
3. 낮기온이 30도 이상이면 저녁 시간에 산책을 권장한다. 햇볕에 한껏 달궈진 포장길은 반려견 발바닥에 열상을 입힐 수 있으며, 지면에 가까운 반려견은 동반하는 보호자 보다 훨씬 더운 지열에 노출됨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4. 더운날 산책 시에는 얼음물을 준비한다. 먹여서 체온을 낮추는 효과도 있지만, 체온이 급상승할 경우 손수건에 얼음물을 소량 적신후 개에게 덮어주기만 해도 체열을 낮추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5. 더운날 장거리 이동 시에는 이동켄넬 바닥에 아이스쿨패드를 깔아주면 더 효과적이다.
6. 애견용차량 콘솔박스 바닥에도 아이스쿨매트를 깔아주면 반려견이 훨씬 차분하게 지낼 수 있다.
◆산책 후 몸살
5월의 쾌청한 날씨 탓에 평상시 보다 무리한 산책이 반려견을 힘들게 할 수 있다. 노령견, 비만견, 심장병, 만성신부전, 디스크질환 환자군의 경우 더 주의스럽다. 반려인이 반려견의 불편함을 주의스러워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문제다.
예를들어, 반려견이 헥헥거리는 함박웃음 짓는 모습을 보며 우리개가 산책을 좋아하구나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헥헥거리는 개의 함박 웃음은 고통스러움일 수 있음을 살펴야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5분 이내 호흡이 잦아들면서 활발한 모습을 보인다면 건강한 웃음이다.
하지만 휴식을 취함에도 여전히 호흡이 빠르다면 고체온증, 심장의 부담, 폐부종 등을 염려한다. 심장병, 신부전, 노령견, 비만한 개가 더 조심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반려인이 개를 안고 이동하면 더 더욱 위험할 수 있다. 과호흡과 고체온증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개를 안게되면 체온 상승을 더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야생진드기 감염
캠핑이나 산행을 반려견과 함께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5월이면 야생진드기에 물려 내원하는 환자견들이 늘고 있다. 야생진드기는 개와 사람 모두에게 위험하다. 온난화 영향으로 야생진드기 분포지역이 늘고 있으며, 야생진드기가 매개하는 질병들도 증가하고 있다.
야생진드기는 피를 흡혈하여 빈혈을 유발시키는 직접적인 피해도 염려되지만, 흡혈 과정에서 바베지아, 아나플라즈마, 라임병, 에르르키아 등을 유발시키는 병원균을 전파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특히 국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치명적이다. 개나 고양이가 야생진드기에 노출되었다가 가족들에게 전파시킬 위험도 있다.
이미 피부에 주둥이를 박고 흡혈하고 있는 야생진드기를 발견하였다면, 야생진드기를 직접 떼어내야 한다. 진드기제거용 리무버 또는 가는 핀셋을 이용하여 좌우로 회전하며 서서히 떼어내야 한다. 야생진드기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풀" 을 피하는 것이 좋다.
◆벌독과 뱀독
캠핑과 산행을 동반하거나, 전원 주택에서 생활하는 개들이 벌에 쏘이거나 독사에 물려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벌독의 경우 대부분 콧등이나 얼굴에 쏘이며, 얼굴이 퉁퉁붓고 개가 어쩔줄 몰라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내원한다. 비교적 약물 처방에 잘 반응하며, 2차적인 상처 예방을 위해 넥칼라 착용이 권장된다. 2-3일 내로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반려견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독사는 대부분 살모사이다. 괴사독을 가지기 때문에 물리는 순간 엄청난 통증이 수반되며, 심하게 부어오르고, 물린 부위에 삼출액이 흘어나오는 특징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독이 퍼진 부위의 조직 괴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된다.
앞발에 물리는 경우가 많았으며, 서서히 독이 가슴 쪽으로 퍼지며 독이 퍼진 부위로 심한 부종과 피부괴사가 진행된다. 괴사가 심해질 경우 피부이식 수술이 요구되기도 한다. 얼굴 부위에 물린 경우 괴사의 정도에 따라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호흡장애, 실명, 안면 피부의 기능 상실이 동반되기도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반려견이 뱀에게 접근하지 않도록 학습시킬 필요가 있다. 독사에 의한 사망사고가 다발하는 호주의 경우 강아지때부터 뱀처럼 보이는 모형물을 이용해 개가 뱀을 두려워 하도록 학습시키는 훈련법이 보편화되어 있다.

박순석 수의학박사
한국임상수의학회 부회장
SBS TV 동물농장 자문수의사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사) 한국동물복지표준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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