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미래세대 교류 확대, 북핵 대응 안보 및 경제 협력 강화 등을 놓고 논의했다.
양 정상은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을 100분 넘게 진행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협의 내용을 발표했지만 공동선언을 내놓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견문 발표를 통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이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데 다시 한번 뜻을 모았다"며 "한일관계 개선이 양국 국민에게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확인하고 앞으로도 더 높은 차원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아가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한국 전문가 파견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한일 간 민감한 현안 중 하나였던 후쿠시만 오염수 처리 문제를 일단 '한국 전문가 현장 시찰단 파견' 합의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 있는 조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이 같은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로 불안을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가 이웃 국가인 한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기시다 총리도 "한국 국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점은 잘 인식하고 있다"며 "일본 총리로서 자국민, 그리고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형식의 방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와 관련해선 이날 회담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고, 논의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문제는 논의될 기회가 있다면 후쿠시마 오염수(처리)와 같은 입장으로 접근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객관적이고 투명한 방법으로 검증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세대 교류: 청년 교류·협력 확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한일 미래세대의 교류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해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양국의 인적 교류 규모가 올 들어 3개월 만에 2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환영했다"며 "양국 국민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우정과 신뢰를 쌓아 가기 위해선 미래세대의 교류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에 민간 차원의 교류 협력과 아울러 양국 정부 차원에서도 청년을 중심으로 한 미래세대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과 별도로 "양국 정부 차원에서도 청년을 중심으로 한 미래세대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강제징용 등 과거사: 역대 내각 인식 계승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및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선 '인식 계승'을 언급하며 직접적인 사과나 입장 표명을 피했다.
기시다는 강제 노역에 대해 "당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이 힘들고 아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온 선인들의 노력을 이어받아 미래를 위해 윤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측과 협력해 나가는 것이 제 책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 1998년 10월 발표된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지난 3월 정상회담 당시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윤 대통령도 한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 "진정성을 갖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느 일방의 상대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바뀔 것이냐'는 질문에는 "바뀌지 않는다"며 "우리가 발표한 해법은 1965년 청구권 협정과 2018년 법원의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으로서 법적 완결성을 지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답했다.
◆북핵 등 북한 위협: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선 한반도와 일본은 물론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미일 3자 간 협력이 긴요한 상황인 만큼, 이달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때 3자 정상회담 등 한미일 3국 정상 간 긴밀한 소통과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또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관련, 실현 방안에 대해 당국 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환영하는 한편, 앞으로도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미국 국빈 방문 때 한미 간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담긴 '워싱턴선언'을 도출했는데 한미일 간 협력으로 확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일본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며 "워싱턴선언이 완결된 것이 아니고, 계속 논의하고 또 공동기획, 공동실행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그 내용을 이제 채워나가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경제 협력: 공조 강화 및 협력체 본격 가동
양 정상은 경제협력과 관련,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의 우수한 소부장 기업들이 함께 견고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공조를 강화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또 이날 회담에서 우주, 양자, AI, 디지털 바이오, 미래소재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공동연구와 R&D 협력 추진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아울러 양국의 대표적 비우호 조치였던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의 원상회복을 위한 절차들이 착실히 이행되고 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한일 양국 간 인적 교류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 간 항공 노선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의 우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한층 더 깊어진 양국 간 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앞으로도 우리 두 정상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 초청으로 오는 19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히로시마 평화 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찾아 참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댓글 많은 뉴스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