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10일로 출범 1년을 맞이한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권의 상식과 정도를 벗어난 실정(失政)과 내로남불 국정 운영에 대한 응징, 정권교체 열망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윤 정부는 정치·경제·안보 상황이 극도로 열악한 역대 최악의 통치 환경에서 출범했다. 야당이 압도적인 국회 의석을 차지한 여소야대, 미국의 급격한 긴축 정책, 미·중 패권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경제의 침체, 북한 김정은의 '선제 핵 타격' 위협과 잇단 미사일 도발 등에 직면했다.
윤 정부 집권 1년에 대한 민심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집권 1년을 앞둔 5월 첫째 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는 긍정 33%, 부정 57%로 집계됐다. 갤럽 조사 자료를 토대로 윤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 1년 추이를 살펴보면 참으로 취약하다. 집권 두 달(7월 첫째 주) 만에 부정 평가(49%)가 긍정 평가(37%)를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고, 급기야 7월 넷째 주에 처음으로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다. 그 이후 30%대로 소폭 회복했다가 다시 20%대로 추락하는 더블딥(이중 침체) 양상을 보였다.
따라서 윤 대통령 집권 1년은 '지지율 위기 고착화' 속에서의 '무비유환'(無備有患)으로 집약될 수 있다. 준비된 정교한 집권 프로그램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혼란과 혼선을 가중시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 정부는 3가지 패러독스에 직면해 있다.
첫째, 올바른 일을 하는데도 지지율은 정체·추락한다. 근로시간의 과도한 규제를 개혁하겠다는 노동 개혁은 '69시간 근로제'로 낙인찍히고,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된 양곡관리법에 대해 막대한 세금의 낭비가 초래된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실제로 전국 지표조사(3월 10~12일)에서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본다'는 의견이 51%로 '문제가 없다고 본다'(38%)보다 훨씬 많았다.
둘째, 순방 외교 후에도 지지율이 추락했다. 역대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통해 정상 외교를 펼칠 때면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현 정부에선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지는 역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윤 대통령 해외 순방은 안보와 경제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작년 9월 미국 방문 후 '바이든 날리면'과 같은 비속어 논란, 지난 3월 일본 방문 전 정부가 발표한 일제 강제징용 '제3자 변제 방안',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앞서 진행한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 중 일본 무릎 발언에서 드러난 대일 인식 논란 등으로 국민들의 반감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셋째,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야당의 포퓰리즘 입법 폭주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발생해도 정부·여당의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미래 비전, 다양성, 결기가 없는 여당이 야당의 악재에도 반사이익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패러독스가 발생한 것일까? 집권 세력은 야당과 반정부 언론 세력이 주도하는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근본 이유는 집권 세력의 무기력함과 무능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지난 1년 동안 국민이 기대했던 것과 정부가 보여준 성과 사이에 인내할 수 없는 격차가 발생하면서 민심이 폭발했다. 갤럽이 실시한 현 정부 출범 1년 핵심 분야별 정책 긍정 평가에서 경제(22%), 복지(33%), 교육(23%), 대북한(35%), 외교(27%), 공직자 인사(19%), 부동산(27%) 등 모두 20~30%대의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정부의 핵심 정책이 지지를 받지 못하는데, 어떻게 대통령 지지율이 높게 나오겠는가. 이것은 윤 대통령의 리더십과 능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요인이 되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년을 성찰하고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다. 야당이 '닥치고 투쟁'에 집착하고 횡포를 부리고 발목을 잡아도 대화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협치의 시작으로 최소한의 정치 안정을 이룬 다음에 정부는 경제 위기를 극복할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적 역량을 키우고, 스스로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윤 대통령도 신중한 언어 구사와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리더십에서 벗어나 겸손함과 소통이 묻어나는 따듯한 리더십으로 변해야 한다. 단언컨대, 집권 세력이 변하면 살고,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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