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 즉 쓸개는 어떤 역할을 할까? 그 전에 담즙의 역할을 먼저 알아보자. 웅담(熊膽)은 예로부터 비싼 약제로 알려져 있는데 곰의 쓸개와 그 속의 담즙을 건조해서 만든 한약제로 그 안의 여러 성분 중에는 담즙산의 한 종류인 우르소데옥시콜릭산(보통 UDCA로 불린다)이 20%정도 들어있어서 약리작용을 한다고 한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사람의 담즙을 분석해보면 여러 종류의 담즙산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중에 5% 미만을 차지하는 UDCA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담즙산이 병의원에서 처방되고 있는 우X사, 쓸X담, 씨X유 등의 약제의 주성분이다. 담즙은 간에서 만들어져서 간내담도를 지나 쓸개에 잠시 보관된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 중에 지방 성분이 십이지장에 들어가면 십이지장벽 세포에서 콜레시스토키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쓸개를 수축시키고 담도 하부의 괄약근을 이완시켜서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분비되어 지방과 섞이게 되며, 지방을 소화되기 쉬운 모양으로 변형시킨다. 지방은 담즙과 만나지 않으면 췌장의 소화효소가 있어도 흡수될 수가 없다. 즉 담즙은 지방 소화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면 이야기를 UDCA로 돌아가서 어떤 약리 기능을 가지는지 알아보자. 일본에서 1936년경에 처음으로 UDCA의 화학식이 규명되었고 1957년 다나베라는 제약회사에서 처음 약제로 시판되어 현재까지도 다양한 간담도 및 소화기 질환에 이용되고 있다. UDCA는 간염 환자의 간기능 회복에 효과가 있으며, 콜레스테롤 담석의 용해 작용이 있어서 콜레스테롤 담석의 예방효과가 있고, 다양한 담즙 정체성 간질환에서 투여하면 이로운 담즙 분비를 촉진시켜서 해로운 다른 담즙산에 의한 세포손상을 막아서 치료약으로 효과가 있다. 여기서 쓸개의 역할을 한 번 더 살펴보면 담즙을 잠시 보관하고 있다가 음식 중 지방성분이 십이지장에 내려가면 수축하여 담즙이 지방과 섞이게 하는 기능을 한다. 쓸개가 없으면 담즙이 만들어지지 않는 다는 것은 잘못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러면 쓸개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진료실에서 담석증, 담낭염, 담낭암 등의 원인으로 담낭절제술이 꼭 필요한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이런 경우 환자분들에게서 "쓸개 없이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나요?"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쓸개 없는 사람'이라는 말에는 좀 모자라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지만 이 말은 좀 맞지 않다. 사실 쓸개는 없어도 큰 문제는 없다. 쓸개절제술을 받게 되더라도 담즙은 계속 간에서 만들어진다. 대신에 담즙을 보관하는 장소가 없어서 지방이 십이지장으로 내려가는 시간에 맞추기 못하고 담즙이 지속적으로 장으로 분비되게 되어서 지방의 소화에는 약간의 문제가 생긴다. 즉 식사 후에 배에 가스가 차거나, 지방식 후에 불편감이 생기거나 설사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담관이 확장되면서 담즙을 보관하는 기능이 좀 생겨서 이러한 증상들은 차츰 줄어들어서 수개월 후에는 증상이 사라지게 된다. 드물게는 '담낭절제후 증후군'이라고 복통, 구토, 설사가 생겨서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생기지만 단순히 쓸개가 없어서 생긴다기 보다는 기존에 담즙 분비나 다른 소화기관의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진료실에서는 쓸개를 제거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으라고 권하고 있다. 대신에 쓸개제거수술 후에는 지방식을 줄이거나 진료를 통하여 적절한 처방을 받아서 수술 후의 불편감을 해결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담낭절제술을 받은 경우에는 일부 소화기능에 불편감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수개월 내에 적응을 하게 되고, 증상이 있더라도 식이 조절이나 약간의 처방으로 잘 극복할 수 있다.
김호각속내과의원 김호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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