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현수막 난립을 막기 위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첫날에도 무분별하게 걸린 현수막이 여전히 나부끼고 있었다. 일선에서는 정부 방침과 현행법이 엇박자를 내는 상황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오전 대구 북구 침산네거리 횡단보도 옆에는 정당 현수막이 낮게 설치돼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줬다. 보행자들은 현수막을 피해 빙 둘러서 횡단보도로 가기도 했다.
시민들의 불편함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매일 이 부근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주민 양형만(71)씨는 "허가받은 장소에서 높이도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설치해야 한다"며 "큰 피해는 아니지만 횡단보도 옆에 이렇게 낮게 현수막을 설치하면 지나가다 머리가 걸릴 수도 있고 돌아가야 해서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60년 넘게 북구에 살고 있다는 주민 A씨도 "이런 정당 현수막을 자주 봤다. 토요일만 되면 쫙 다 붙이는 것 같더라"며 "정해진 게시판에만 달았으면 좋겠다. 지나다니는 데 불편하긴 하다"고 말했다.
이날은 행정안전부의 '정당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을 시행하는 첫날이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 버스정류장 등 사고에 취약한 지역엔 정당현수막 설치가 금지된다. 아울러 보행자가 통행하거나 차량 운전자 시야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곳에서는 땅에서 2m 떨어진 곳에 설치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반 시 관할 구청이 해당 현수막을 철거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 시행 덕분인지, 대구시내 '현수막 공해'가 개선된 지역도 있었다. 같은 날 동구 파티마삼거리, 공고네거리, 신세계백화점 앞 등 '현수막 공해'로 몸살을 앓던 곳들에서는 정당 현수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과거 5~6개 정도의 정당 현수막이 걸려있던 때와는 사뭇 달랐다.
다만 관리를 책임져야 할 일선 구청에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정당현수막은 신고 절차 및 설치 장소 제한 등을 적용받지 않는다. 정부의 방침이 현행법과 엇박자는 내고 상황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행안부 가이드라인은 권고사항에 가깝다. 위반 현수막이 있더라도 현행 법에 따라 강제 철거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이전처럼 정당에 협조를 구해 현수막을 이동시키는 방법을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국회에서는 정당현수막 설치를 제한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6건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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