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 대기 하다 갑자기 버스 차로로 들어온 택시…경찰 "뒷 버스가 잘못"

앞 버스가 택시 받고, 뒷 버스 잇따라 들이받아
제보 버스기사 "경찰이 뒷 버스에 인피 책임 물어 억울"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 캡쳐

옆 차선에서 유턴 대기 중이던 택시가 버스전용차로로 갑자기 끼어 들어오면서 뒤에 오던 버스 2대가 잇따라 부딪힌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뒷 버스 운전자를 '가해자'로 봤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7일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유턴대기하다가 말고 급출발 택시, 근데 경찰은 벌점을 블박(블랙박스) 버스기사한테 110점이나 줬다고 한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지난 2월 26일 낮 12시쯤 부산광역시 중구 광복동의 한 차도를 주행 중인 버스 전방 모습이 담겼다.

블랙박스 영상 제보자인 A씨가 몰던 버스 전방에는 다른 버스가 있었고, 그보다 앞에 오른쪽 유턴 차로에는 유턴 대기 중인 택시가 있었다. 택시는 유턴 차로에서 갑자기 버스전용차로로 방향을 꺾어 들어왔다.

A씨 버스는 앞서 가던 버스의 급제동에 뒤에서 들이받았는데, 이 사고에 앞서 A씨 앞 버스는 오른쪽 유턴 차로에서 끼어든 택시와 먼저 부딪혔다.

사고로 인해 A씨 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 가운데 3명이 '전치 3주 이상', 11명이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운전 중 교통사고로 인한 인적 피해 벌점 기준의 경우 ▷중상(전치 3주 이상) 1명 당 15점 ▷경상(전치 5일 이상 3주 미만) 1명 당 5점이다.

A씨 버스에 탄 승객 가운데 중상자와 경상자가 각각 3명, 11명 발생했으므로 인적 피해로 인해 벌점 100점이 부과됐고, 안전거리를 미확보한 안전운전 의무 위반(10점)까지 더해지며 벌점을 110점이나 받게 됐다는 것이다.

A씨는 경찰이 '뒤에서 박았기 때문에 뒷차인 A씨 잘못'이라며 인적 피해로 인한 벌금까지 자신에게 부과한 점을 억울해 했다.

A씨는 "택시 때문에 앞 차(버스)가 급제동을 하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제가 벌점을 110점이나 먹었다"며 "제가 안전거리를 미확보한 건 인정하지만, 앞 버스가 버스전용차로에서 급정지를 하면 제가 어떻게 사고를 막을 수 있겠나. 이 사고로 면허정지까지 돼 일도 못하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에 질의를 해 (경찰이) 과거 법원 판례를 들어서 한 답이다"고 덧붙였다.

한문철 변호사는 차 대 차 교통사고의 경우 사고원인 중 중한 위반행위를 한 운전자에게만 인적 피해에 대한 벌점을 적용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벌점기준은 사고원인 중 중한 위반행위를 한 운전자만 적용한다. 택시가 사고원인 (제공)이 더 중하므로, 택시기사에게 벌점을 줘야 맞다"며 "A씨 버스는 안전거리 미확보 과실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이 A씨 과실이 크다고 판단하며 근거로 제시한 법원 판례는 이번 사고와 다른 유형의 사고라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이 사고와 관련해 A씨는 한 부산경찰청에 이의신청을 했고, 한 변호사 의견을 전해 들은 경찰은 "지구대 조사관이 너무 옛날 관습대로 판단하고 결정했고, 이번 사고 건은 사고 원인제공 차량에 더 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또 A씨에게 부과됐던 인적 피해로 인한 벌점은 취소됐으며, 안전거리 미확보로 인한 벌점 10점만 유지돼 면허정지 처분 역시 취소됐다고 전했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도 A씨에게 사고 책임을 물은 경찰의 최초 판단에 문제를 제기했다.

영상에는 "경찰은 왜 사고 원인을 안 따지는지 모르겠다", "누가 봐도 택시 잘못이고, 택시한테 그걸(책임) 물어야 한다", "택시가 이 사고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등 댓글이 달렸다.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