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만찬자리에 '경주법주 초특선'이 오른 것을 보고 누구보다 우리가 가장 놀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 이후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이어진 만찬자리에 지역 명주 '경주법주 초특선'을 소개하자 제조사인 '금복주'도 깜짝 놀랐다.
윤 대통령은 구절판과 탕평채, 한우갈비찜, 자연산 대하찜 등 전통 한식으로 차려진 만찬자리에서 기시다 총리에게 "우리나라 청주 가운데 최고로 손 꼽히는 천년고도의 명주"라고 소개하며 '경주법주 초특선'을 식탁에 올렸다.
금복주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 만찬자리에 경주법주가 올랐다는 내용은 우리도 언론을 통해 알았다. 대통령실에서 미리 경주법주가 만찬주로 사용된다고 우리에게 따로 연락을 취한 것은 없다"며 "미리 알았더라면 사전에 협의해 포장 등 패키지에 더 신경을 썼겠지만 내부에서도 전혀 인지를 못하고 있던 상황이다. 다만 대통령실에서도 여러 술을 두고 검토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에서 경주법주 초특선이 선택됐다는 것은 한국 청주 중 가치를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이기 때문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라시대부터 '백일간의 정성'으로 빚은 법주
금복주에 따르면 경주법주는 주정을 사용하는 일본 사케 등 일반 청주와 달리 국산쌀과 우리 밀 누룩을 사용해 장기간의 저온 발효와 숙성으로 탁월한 맛과 향을 자랑한다.
술이 되어 나오기까지 100일 이상이 걸려 예로부터 백일 정성으로 빚은 술이라 해 '백일주'로 불리기도 한다.
법주라는 술은 천년역사를 간직한 신라시대에 귀족과 화랑도들이 즐겨 마시던 궁중비주로 술을 빚는 방법과 음주법에 엄격한 법도가 따랐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의 경주법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할 고유의 전통주를 되살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1965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 집권 이후, 양곡관리법을 통해 쌀로 술을 담그지 못하게 하면서 전국의 전통주들은 명맥이 끊기거나 기술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었다.
그러던 중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기 2년 전인 1972년, 중국의 마오타이주와 같이 한국을 대표할 만한 술이 없다는 것을 안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국 대표 술을 개발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1972년 9월 국세청의 지원을 받아 금복주는 경주시 시래동에 자회사 형태로 경주법주양조주식회사를 설립한다.
금복주는 남아있는 지역 전통주 제조법을 찾아나섰고 경주 지역 가문에 의해 전수돼 온 경주법주의 제조법을 찾아 복원에 성공, 1973년 6월 시판을 개시했다.
이후 1974년 11월에는 미국 포드 대통령 한국 방문 환영 만찬에서 경주법주가 처음 한국을 대표한 술로 첫 선을 보였고 1985년 5월에는 남북적십자회담 만찬회 축하주로도 이름을 알렸다.
금복주는 1992년 이후 경주법주 냉청주인 '청'과 '화랑' 및 '국선주'를 출시해 라인업을 다양화했다.

◆일본 대표 사케를 능가할 프리미엄 법주
이번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만찬 자리에 오른 '경주법주 초특선'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만들어졌다.
2000년대 들어 당시 일본의 사케 열풍이 한국에도 불어오면서, 금복주는 이에 대항해 한국을 대표하는 청주라는 자부심으로 일본 사케 중 최고로 이름을 알리는 '준마이 다이긴죠'를 능가하는 청주를 개발하기 위해 나섰다.
3년여간의 연구 개발 끝에 2010년 4월 내놓은 것이 경주법주 초특선이다.
경주법주 초특선은 도정률 79%(정미율 21%)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이 2015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대접했던 최고급 사케인 '닷사이23'의 도정률 77%보다 높다.
쌀알의 79%를 깎아내는 정미 과정을 거쳐 단백질 등의 성분을 제거해 남은 21%의 속살만을 원료로 사용하는만큼 한층 더 깨끗한 맛과 상큼한 향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제 방식도 3천회 이상 회전되는 최첨단 원심분리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 인위적 압력으로 술을 얻는 방식이 아닌 드립 방식을 택했다.
이미 국내 청주 애호가들 사이에선 입소문을 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경주법주 초특선은 이번 한일정상회담 만찬주로도 사용되며 이름값이 더 높아지게 됐다. 다만 연간 생산량이 정해져있어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있다.
금복주 관계자는 "현재 전국적인 수요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공장 규모나 현 설비 상황으로는 증량이 어렵고, 당분간 연 2만7천본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다"며 "150일 이상 초저온 상태에서 장기 발효 숙성을 거쳐야 경주법주의 깊은 맛과 향을 낼 수있다. 더운 여름철에는 저온 담금숙성 기간이 더 길어질 수있다. 최고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조량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일환 금복주 사장은 "한일정상회담 만찬주에 경주법주 초특선이 선정돼 영광이다. 경주법주는 이제 지역을 넘어 한국의 대표적인 명주로 자리매김했다. 앞으로도 지역 전통주의 위상을 높여가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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