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로 수출 시장이 위축되면서 3개월째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만 내수 부진은 완화돼 가파르던 하강세는 다소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표한 '5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나 내수 부진 완화에 힘입어 급격한 하강세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KDI는 "수출은 대외여건 부진에 따라 반도체를 중심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며 "이에 따라 제조업 생산과 출하의 감소세가 지속됐으며 관련 기업심리지수도 낮은 수준에 그치면서 경기 부진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KDI는 지난 2월 경제동향에서 '경기 둔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부정적 평가를 내린 데 이어 3월부터는 매달 '경기 부진' 진단을 내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로 지난달 수출은 3월(-13.6%)에 이어 -14.2%를 기록했다. 대(對)중국 수출이 특히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으나 수출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품목별로는 변동성이 큰 선박(59.2%)과 자동차(40.3%)가 대폭 증가했으나, 정보통신기술(ICT) 부문(-42.5%) 등 대부분은 부진한 모습이었다.
지난 3월 전산업생산은 전월(3.3%)보다 낮은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광공업생산은 반도체(-41.7%→-26.8%), 전자부품(-36.3%→-30.4%) 등을 중심으로 큰 폭의 감소세가 이어졌다. 다만 차량용 부품 공급이 정상화되면서 자동차(26.4%→26.8%)는 증가세가 이어졌다.
제조업은 평균가동률(68.9%→72.2%)이 낮은 수준이었고, 재고율(122.4%→117.4%)도 높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3월 설비투자(2.2%)도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전월(4.2%)보다 축소된 2.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건설업(21.7%→15.4%)은 증가세가 유지됐으나 지난해 말 지연된 공사가 재개되며 나타난 단기적인 현상으로 분석됐다.
반면 서비스업 생산이 증가세를 유지한 가운데 소매 판매는 원만하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3월 소매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0.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내구재(0.6%→3.3%)는 승용차(14.5%)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며 전월보다 상승폭이 늘었다. 준내구재(6.3%→5.1%)도 의복(10.8%) 등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같은달 서비스업 생산(6.2%)은 숙박 및 음식점업(18.2%), 운수 및 창고업(18.2%)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4월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전월(92.0)에 비해 상승한 95.1을 기록했다.
3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46만9천명 늘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KDI는 "최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고용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함에 따라 취업자 수는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며 "산업별 경기 차이로 남성 고용은 빠르게 둔화된 반면, 여성과 고령층의 고용은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공급자 측 물가 상승 압력의 약화로 전월(4.2%)보다 낮은 3.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융시장은 해외 은행권 부실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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