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백여류화가회 제44회 정기전(5월 9일~14일)
청백여류화가회(이하 청백회)는 1980년 한국 사회가 정치적으로 매우 혹독한 시기에 학업을 마치고 막 사회에 진출한 젊은 여성 미술인 8명이 모여 창립했다. '청백'은 '청춘에서 백발까지'라는 뜻으로 예술의 길을 능동적으로 성실하게 걷겠다고 하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대구 지역 최초의 여성 작가들의 연대 조직인 청백회는 여성의 진취적인 사회 활동과 작품 활동을 가로막는 현실의 장애로부터 회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다짐하는 의지와 함께 여성 특유의 예술성을 장점으로 삼아 경쟁력 있는 작품 활동을 전개하겠다는 포부에서 출발했다.
청백회는 5월 9일부터 14일까지 봉산문화회관 1, 2전시실에서 제44회 정기전을 연다. 회원 32명의 근작과 함께 청백회가 걸어온 발자취를 가늠할 수 있는 전시 기록물 및 자료를 전시한다.
이선희 청백여류화가회 회장은 "청백회는 대구 지역 미술이 발전하는 변화의 중심에서 전문미술단체로서의 역할을 해왔다"며 "이번 전시는 청백회가 성장해 온 시간을 정리하고 대구 지역 미술의 역사에서 여성 미술단체의 가치를 조명하는 일보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성 안계미술관, 김민지 개인전(4월 18일~5월 20일)
김민지 작가의 개인전 '어떤 그림'은 존 버거(John Peter Berger)가 그의 아들 이브 버거와 '그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동명의 에세이에서 타이틀을 차용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본, 폐업목욕탕이 탈바꿈한 안계미술관의 공간의 정체성과 의미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대중목욕탕이었다는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화이트 큐브 형태로 수리를 마친 공간인 제1전시실에서는 수십 년 동안 탈의실을 비췄을 '거울'에서 연상되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2022년 제작한 '영화 속 거울이 등장하는 장면'을 회화로 재구성한 시리즈와 태양 빛을 반사해 빛을 내는 '달' 시리즈가 설치돼있다.
지금은 '물'이 사라진 목욕탕과 사우나실의 원형이 보존된 제2전시실에서는 영화 속 대중목욕탕, 화장실, 욕실의 장면을 수집하고 회화로 변형해 배치함으로 빈 공간에 서사를 채워 넣었다. 개별의 작품들 속 욕실과 화장실은 같은 용도이지만 다른 의미를 지닌다.
김 작가는 "제2전시실이 여타의 전시장보다 더 적막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보존돼있는 탕과 거울, 타일, 사우나실이 손님들로 북적거렸을 과거를 연상하게 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누군가에겐 일터이고 누군가에겐 유년기의 일요일이며, 누군가에겐 청춘을 바친 곳일 텐데 그 의미를 새롭게 해석해 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안계미술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매주 일, 월요일은 휴관한다. 전시해설, 대관, 체험 수업 문의는 안계미술관 홈페이지(www.angyeartmuseum.com) 또는 전화(054-861-5125)로 하면 된다.
◆영담한지미술관, 윤길중 사진전(4월 29일~7월 30일)
영담한지미술관(경북 청도군 금천면 선암로 455-19)이 사진가 윤중길의 기획초대전 '사화목석(寺花木石)'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윤 작가는 오랜 기간 애정을 쏟아 작업해 온 4개의 한지 시리즈를 한자리에 선보인다.
그 옛날 하층민들이 자신들의 기원을 담아 사찰, 산, 들의 커다란 바위에 새겼던 석불, 세월의 풍파 앞에서 원형을 잃어가고 있는 천년고찰의 중심인 큰법당의 기록, 뿌리가 견딜 수 있을 만큼만 몸집을 키운다는 나무들이 쓰러진 채로 또 다른 삶을 일구고 있는 기이한 풍경, 그리고 우리 생활 깊숙이 실물을 대체해 자리 잡고 있는 모형과 실물을 뒤섞어 재조합한 시소(SeeSaw)작업에 이르기까지 한지 위에 그만의 작가적 시선이 담겼다.
한혜원 아트스페이스 J 큐레이터는 평론을 통해 "개인의 경험에서 기인하는 피사체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따뜻한 시선이 전해지는 윤길중의 작품들은 인간과 사물을 넘어, 자신만의 심미안으로 존재의 본질적인 의미와 아름다움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이어오고 있는 그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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