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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못 갈등' 농어촌公 상처뿐인 승리…사용료 3억 받고 재산세 27억 낼 처지

농어촌공사 승소했지만 사용료 3억 받고 재산세 27억 낼 처지
국회선 수성못 무상양여 근거 마련 중, 지역 정치권 차원 압박 지속
수성못 '전례' 만들면 전국적 소송…농어촌공사 속내도 복잡

수성구 두산동 일대 상공에서 바라본 수성못. 매일신문DB
수성구 두산동 일대 상공에서 바라본 수성못. 매일신문DB

한국농어촌공사가 대구시와 수성못 토지사용료를 둘러싼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지만 매년 사용료의 10배 가까운 세금을 물면서 상처뿐인 승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얽힌 실타래를 풀려면 조직이나 지역의 논리에서 벗어나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8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수성못 소송'은 지난 2018년 농어촌공사의 수성못 부지 매입 요청을 대구시와 수성구가 거부하면서 촉발됐다. 농어촌공사는 대구시에 토지사용료를 부과했고, 대구시는 농어촌공사가 그간 묵시적으로 수성못의 사용수익권을 포기했다며 맞섰다.

법원은 지난달 10일 농어촌공사의 수성못 소유권을 인정하며 "대구시가 매년 3억원 상당의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농어촌공사가 승자라고 보기 어렵다. 대구시가 그동안 공공용도 재산으로 보고 부과하지 않았던 재산세를 걷기로 하면서다. 수성구 등이 5년 치 지방세와 종합부동산세 58억원을 부과했고, 농어촌공사는 앞으로도 매년 30억원 가까운 종부세와 재산세를 내야 할 처지다.

농어촌공사의 승소 이후 수성못 소유권을 대구시로 가져오자는 정치권 차원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대구 수성을)은 농어촌공사가 관리하지 않는 시설 소유권을 지자체에 무상양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인선 의원실 관계자는 "수성못은 대구시민의 힘으로 만들었고, 결정적으로 더이상 농업용 저수지가 아니라서 소유권 이전 당위성은 충분하다"며 "다만 무상 양여는 배임소지가 있기 때문에 특별법을 통해서 그 근거를 만들어 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수성구의회 역시 지난달 말 수성못 소유권 반환을 위한 결의문을 내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지역 정치권 차원의 소유권 반환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정치권의 압박과 '세금폭탄'을 감수하면서 수성못 소유권을 내놓지 못하는 농어촌공사의 속내 역시 복잡하다. 대구시에 수성못 소유권을 내 줄 경우 비슷한 논란과 소송이 전국적으로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행정력과 사회적 낭비를 줄이자고 지적한다. 최준호 영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수성못은 대구시가 실질적으로 사용하고 관리하고 있기에 대구시로 소유권을 넘길 당위성은 충분하다. 애초 소송이나 입법이 아닌 기관 간 합의를 추진했어야 한다"며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줄이려면 농어촌공사의 상급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가 먼저 입장을 내고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시민 입장에서는 수성못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중요하지 않다. 입장료를 걷지 않는 이상 실질적인 불이익을 체감할 수 없다"며 "대구시 입장에서도 사용료를 내는 반면 재산세를 걷을 수 있으니 손해라 보기 어렵다. 소유권 이전에 따른 실익이 무엇인지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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