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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서민 울리는 종부세 폭탄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원래 다세대·연립주택 등 소형 빌라는 가격이 잘 오르지 않기 때문에 서민들이 전세 가격과 매매 가격이 비슷해도 구입하지 않고, 세 들어 살려고 하는 임대 시장이다. 그래서 빌라는 주로 임대 수익으로 노후를 대비하려는 사람들이 사들여 빌려주는 방식으로 '서민 임대주택 생태계'를 형성해 왔다. 문재인 정부도 2017년 12월 '서민 주거 안정'을 내세우며 양도세·재산세 감면, 건강보험료 감면 등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집값이 치솟으면서 문 정부는 황당할 정도로 비이성적이고 무차별적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2020년 '6·17 대책'과 '7·10 대책' 등을 통해 종부세·양도세 중과(重課) 등 다주택자 규제 정책을 본격화했다. 빌라 26채로 임대사업을 하던 모 씨의 종부세는 2020년 400만 원에서 2021년 7천600만 원, 2022년 9천100만 원으로 급증했다. 덕분에(?) 주택 대상 종부세는 2018년 4천억 원에서 2021년 4조4천억 원으로 불어났다.

얼핏 모 씨는 엄청난 다주택자로 보이지만 빌라 26채 전체 가격이 서울 강남 아파트 한 채 수준인 30억 원 정도였다. 그것도 노후에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겠다며 상당한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것이었다. 집을 처분하려고 해도 집값이 오르지 않는 소형 주택이라고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신규 자본의 유입이 차단되면서 임대주택 시장은 붕괴됐다.

이렇게 무자본 갭투자를 이용한 전세 사기 조직이 '한탕'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인천 미추홀구의 경우 지난해 빌라의 전세가율(매매가에서 전세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94%까지 치솟았다. 이제 전세 사기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터져나오고 있고, 전 재산을 잃은 서민들의 피눈물은 마를 날이 없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빌라의 현재 보증금만 13조 원이 넘고, 전세 보증금이 하락한 탓에 올해 말까지 이 중 2조4천억 원을 집주인이 추가 부담해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逆)전세 대란'의 예고이다. '좋은 의도로 만든 법과 정책이 반드시 선(善)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착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문 정부는 전(前) 정권이 되었지만 그들이 남긴 '선한 입법'의 결과는 지금도 서민들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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