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규방의 향기

조선시대 여성의 차문화와 규방다례(규방다례보존회 기획, 펴낸이 홍기원, 연구총괄 이귀례/ 민속원/ 2014)

조선시대 규방다례가 존재했다. 그 사실에는 대부분 수긍하지만, 실증적인 자료를 보지 못해 의심이 없지 않았다. 이 책이 그 의심을 풀 수 있는 규방다례의 사례들을 모으고, 미비한 점을 보완해 냈다. 조선시대의 사서, 개인문집, 여성시, 국문소설 등에서 기록을 모아 규방다례의 흔적을 살필 수 있도록 자료를 집대성한 것이다.

제1부 논문, 제2부 한문자료, 제3부 국문자료로 구성되어 있다. 수록된 여성한시, 의궤와 생활서, 조선왕조실록, 문집총간 등에는 생활 속의 지혜가 숨어있다. 차 문화는 사대부가의 여성들에게 있어 매우 밀접한 생활문화 중의 하나임을 엿볼 수 있다.

이덕무가 지은 '사소절'(士小節)에 의하면 '어버이를 섬기는 사람은 약을 달이고 차를 달일 때 물과 불 살피기를 몰라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차 문화는 혼전의 여식에게는 교육의 방편, 다소 힘들고 외로웠던 규방 여성에게는 이를 달래주는 벗으로, 집안의 대소사와 관련된 의례에서는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했음을 알 수 있다.

'고요한 밤 차를 끓이며'(靜夜熟茶)(203쪽)

여러 해 동안 작은 화로에 여린 불로 차를 달였으니 幾年文火小茶爐

한 점 신기한 공덕은 분명 없지 않으리라. 一點神功定有無

맑은 차 한 잔 마시고 거문고를 어루만지다 啜羅清琴還自撫

아름다운 달을 바라보니 그리운 이 부르고 싶네. 看來好月竟誰呼

봄 소반 푸른 주발에 이슬 같은 차를 우리니 春盤碗碧添瓊露

오래된 벽은 차 연기로 대나무를 그리는 듯하네. 古壁煙籠作粉圖

가득 찬 잔이 어찌 맛있는 술뿐이라 하겠는가 滿酌何須待旨酒

답청 가는 내일도 다병을 가져가리. 踏青明日更携壺

영수합 서씨의 작품이다. 많은 조선 여성 시 중에서 팽다 제목을 가진 유일한 다시이다. 답청은 삼짇날을 멋스럽게 부르는 말로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엄격하게 제한된 시대에도 이날만은 바깥출입이 자유로웠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규방다례는 의식다례이기보다는 생활문화의 일면을 보여주는 다례였다.

이 책은 소설과, 문집총간, 가사, 민요, 이야기 자료를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어 책 속의 징검다리를 건널 때마다 색다른 향기를 느낄 수 있다. '한견고인서'(閒見古人書), 한가할 때는 옛사람의 글을 보라. 조선시대 여류시인 허난설헌이 한 말이다. 분주한 마음 가운데서도 여유를 찾으며 차향과 더불어 고서(古書)를 뒤적여도 좋겠다.

정화섭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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