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풍성, 지갑은 빈약해지는 가정의 달 5월이다. MZ 친구들은 이번 어버이날을 어떻게 보냈을까. 카네이션 한 송이에 벅찬 효심을 담기는 어려운 이 세대는 일단 부모님을 일으켜 세우고, 안대를 씌워 희한한 질문을 냅다 던지고 본다. 그래도 뭐 효도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MZ들이 어버이 은혜 갚는 방법을 엿봤다.
◆세대 차이 효도…'실속파' M vs '추억 파' Z
요즘 젊은이들을 보고 모두들 MZ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MZ의 범위는 넓다. 사전적으로 보면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의 밀레니얼(M)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의 Z세대로 나눌 수 있는데, 나이로 따지면 20~30살 차이.
강산이 두 번 이상 변할 세월이다. M과 Z의 효도 방식에도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지사. M세대의 최고 효도 코스는 아무래도 실속이 최고다. 고급 식당에서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하고, 최신 트렌드를 조금 곁들여 '레터링 케이크'나 주문 제작한 토퍼를 꽂은 케이크로 이벤트를 마무리한다.
Z세대는 여기에 좀 더 '힙함'을 더한다. 실속보단 추억 쌓기가 우선이다. 그들만의 문화를 부모와 함께 즐기는 게 새로운 효도의 방식이다. 그 중 하나가 '인생네컷' 사진 찍기. 무엇이든 사진으로 남기길 선호하는 '포토프레스 세대'답게 부모님 손을 잡고 인생네컷을 찍으러 가는 Z세대가 꽤 많다. 온갖 종류의 깜찍한 인형 탈, 선글라스 등을 써보며 의외로 부모님이 더 신나 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인생네컷뿐이랴. 틱톡, 릴스, 숏츠 등 댄스 챌린지도 섭렵했다. 요즘 인스타그램 인기 태그 중 하나가 '엄마랑', '아빠랑'이라는 것을 아시는지. 엄마랑 함께, 혹은 아빠랑 함께 댄스 챌린지를 찍어올리는 데, 반응이 상당하다. 든든한 가족과 함께라면 잘 추고 못 추는 건 상관없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자신감. 관종이라 해도 상관없다. 다 부러워서 하는 말일 테니!
◆효도의 정점은 용돈. 게임을 곁들인…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방식도 진화했다. 한동안 '최고의 효도는 현금', '엄빠를 위해 치느님(치킨) 참았어요', '이것이 바로 자식 키우는 맛' 등 유쾌한 문구가 적힌 용돈 봉투가 인기를 끌었고, 끄트머리를 잡고 뽑으면 돈이 줄줄이 딸려 나오는 용돈 케이크, 방석에 돈을 붙여 만든 용돈 방석 등도 나름 센세이션한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MZ세대는 용돈을 '그냥 드리지 않는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용돈이고 뭐고 얄짤 없다.
가장 인기 있는 '용돈 낚시'를 살펴보자. 바닥에 놓인 쟁반에 준비한 용돈을 흩뿌린다. 부모님에게 안대를 씌운 뒤 양손에 뒤집개와 그릇을 쥐어드린다. 제한 시간은 30초. 오로지 '감'만으로 쟁반에 놓인 용돈을 뒤집개로 퍼서 그릇에 옮겨 담아야 한다. 쉬워 보이지만, 가벼운 지폐는 약 올리듯 뒤집개에서 흘러 내려가기 일쑤다. "내가 30년 명절마다 뒤집은 전이 몇 갠데!" 엄마의 외침을 귀담아듣는 가족은 아무도 없다. 당사자의 성과는 중요하지 않다. 장담하건대 화기애애하고 웃음 가득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외에도 지폐를 바닥에 줄 세워놓고 공이나 병을 굴려, 도착지점 만큼의 용돈을 가져가는 '용돈 볼링', 휴지 위에 물을 가득 담은 잔을 올리고 휴지를 조심히 끌어, 도착지점 만큼의 용돈을 가져가는 '용돈 잔 끌기' 등의 게임도 SNS에서 유행하고 있다.
다음은 이번 어버이날 '용돈 낚시'로 5천원밖에 가져가지 못한 한 엄마, 정미애(61) 씨의 하소연.
"가시나 내가 이때까지 준 용돈이 얼만데…얄짤 없더라고요? 장난으로 하다가 용돈 다 주는 줄 알고 게임 대충했는데…. 제 친구들한테 가서 자랑하려고요^^ 이번 어버이날 용돈 5천원 받았다고."
◆내가 바퀴벌레로 변하면 어떡할거야?
말이야 망아지야? MZ세대 부모라면 언제든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할거라는 각오쯤은 하고 있어야 한다. 요즘 MZ는 그런 질문으로 가족 간의 사랑을 확인하기 때문.
대표적인 질문이 '내가 바퀴벌레가 된다면 어떻게 하실 거냐'다. 이 질문은 한 트위터 게시글에서부터 시작됐는데, 어리둥절에서 시작해 눈물로 끝나는 의외의 결말에 MZ들이 열광하고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단톡방에 질문을 올린 김엠지군. "엄마, 내가 바퀴벌레가 된다면 어떻게 할 거야?"
"엥?"이라는 물음도 잠시, "나도 같이 바퀴벌레가 돼서 바퀴벌레 가족으로 살아갈게"라는 엄마의 답에 김엠지군은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이게 뭐라고, 가족이 든든한 내 편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은 순간이었다고.
물론 모든 부모님이 눈물샘을 자극하지는 않기에, 기대는 금물이다. "지금도 모습만 인간이지 네 방이 바퀴벌레 소굴과 별 차이 없다"며 본의 아니게 반성하게 되는 답변이 있는가 하면 "절대 그럴 일 없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는 아주 현실적인 답변이 돌아오기도 한다.
바퀴벌레 질문이 유행으로 번진 건 코로나 이후 고용 불안정성이 부쩍 높아진 데 따라 Z세대가 체감하는 사회적 도태에서 기인했다는 분석도 있다. 의미야 어쨌든 바퀴벌레 질문은 가족의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효도의 마음을 다지는, 큰 효과를 주는 한마디다.
그래서 결론. 이 모든 걸 MZ들이 왜 하냐고? 사실 큰 이유는 없다. MZ들은 그냥 이렇게 효도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재밌는 데다 감동까지 있는데. 너도나도 하는 유행에 안 따라가면 그게 더 MZ스럽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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