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응급 외상 수술, 누가 할 것인가?

우상현 W병원장

우상현 W병원장(의학박사·수부외과 세부전문의)
우상현 W병원장(의학박사·수부외과 세부전문의)

지난 3월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여학생이 대구 도심 한가운데서 병실을 찾아 2시간 동안 떠돌다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그 학생이 우리 병원을 방문했던 것은 아니지만, 지역 응급의료기관의 병원장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또한 절단과 골절, 급성 외상을 수술하는 의사로서 지역민들께 씻지 못할 큰 죄를 지은 마음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로 자식을 잃은 억울함과 슬픔에 어떤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응급의료 체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대구시는 공동 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나서 해당 병원들에 대한 행정 처분과 함께 제도 개선 권고 등 대책들을 내놓았다. 이를 계기로 미비점이 보완되고 응급의료 체계의 개선책이 마련되기를 간절하게 희망한다.

응급환자 이송 과정의 문제뿐만 아니라 응급의료기관의 절박한 현실에 대해서도 국가적 차원의 이해와 개선이 시급한 상황임을 지적하고 싶다. 우리 병원만 보더라도 주말 평균 근골격계 응급 외상 수술 건수 50여 건, 여름에는 주말 60~70건, 추석이나 설 등 연휴가 되면 감당하기 두려울 정도로 환자들이 찾아온다. 2022년 한 해 동안 진행된 1만8천여 건의 수술 중 5천39건이 응급수술이었다. 주말은 물론 평일 야간에도 찢어지거나 절단된 손과 발, 부러진 뼈를 수술하느라 밤잠 안 자고 수술하는 전문의들과 간호사를 포함한 당직자들은 힘들고 과중한 업무량을 소화하고 있다.

거의 매일 자정을 넘고, 밤을 지새워 응급환자 수술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다른 사람들이 쉬는 공휴일에도 일해야 하는 응급의료 특성상 어떤 보상을 해도 충분치 않을 것이다. 응급의료기관이 아닌 병원이나 다른 직장과 비교해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불규칙적인 과중한 업무에 노출돼 있고, 요즘 대세인 워라밸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려움은 의료 현실 체계에도 있다. 응급수술에 대한 까다로운 보상 심사, 진단 검사비보다 낮게 책정된 수술비, 수술 결과나 환자 상태에 대한 무한 책임 등의 현실은 외과 계열 응급수술 분야에 지원하는 젊은 의사 수의 감소와 기피를 초래하고 있다. 드물게는 수술 방법이나 수술 재료까지 간섭하고 통제받는 상황에 아무리 의사 수를 늘려도 이런 분야를 지원할 의사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특히 우리 병원도 절단된 신체의 미세 접합 수술 분야에서 수련을 받고자 하는 젊은 의사들의 지원이 급격히 줄어들어, 머지않아 외국 의사 수입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뇌출혈을 일으켰지만 수술할 의사가 없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개인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에게 응급의료기관의 일원으로 사명감을 갖고 책임을 다하고자 격려하고 다독이지만 언제까지 그 역할을 감당하고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병상이 부족해 입원을 거절당하지 않도록 응급의료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응급의료 인력의 증원과 처우 개선으로 전문의 부재라는 상황에 직면하지 않도록 정부 및 지자체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에 모든 응급환자가 몰리지 않도록 각 지역 질환·분야별 전문병원에 우선 환자를 이송해, 정확한 판단 후 중증의 경우에만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하여 적절한 환자 분산 및 상급종합병원의 병상 수용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런 사고의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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