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항구의 니쿠코짱!

니시 가나코 지음/ 이소담 옮김/ 소미미디어 펴냄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항구의 니쿠코짱'의 한 장면. 인터넷 갈무리

책 표지를 보는 순간,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가 낳은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감독인 '요네바야시 히로마사'의 작품들이 떠올랐다. '마루밑 아리에티'와 '추억의 마니' 등. 서정적이고 따뜻한 느낌의 작화에다 친근한 캐릭터 등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잔잔하게 흘러가다 후반부에 예상 못한 반전이 폭발적인 감성과 함께 관객을 왈칵하게 만든다.

이 책은 국내 개봉 중인 동명 애니메이션의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은 ▷2021년 부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개막작 선정 ▷2021년 판타지아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2022년 일본 문화청미디어예술제 우수상 ▷2022년 일본아카데미상 애니메이션작품상 우수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소설은 일본 북쪽 지방의 작은 항구 마을이 배경이다. 고깃집에서 기운 넘치게 일하는 뚱뚱한 엄마 니쿠코와 동그란 눈을 가진 날씬한 초등학생 딸 기쿠코가 주인공이다.

이들 모녀는 여러 지역을 전전해왔다. 사랑이 많고 순진한 성격 때문에 나쁜 남자들만 만나게 되는 엄마 니쿠코가 번번이 실연당했기 때문이다. 니쿠코는 유서를 남기고 떠난 남자를 쫓아 당시 8살이었던 기쿠코를 데리고 이 마을에 도착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은 따뜻하고 개성 넘치는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마을에 서서히 정착한다.

그렇게 3년이 흘렀고 초등학교 5학년이 된 기쿠코의 눈에 엄마가 조금씩 부끄러워진다. 한결같이 밝은 니쿠코는 먹는 걸 좋아하고 날이 갈수록 살이 찌는 데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대놓고 칭찬하거나 우스꽝스럽고 촌스러운 옷을 즐겨 입기 때문이다.

'마트료시카'라는 별명이 붙은 니쿠코와 닮은 점이 하나도 없는 기쿠코는 날렵하고 운동신경이 좋아서 학교에서 인기가 많다. 갑갑한 항구 거리에서 탈출하기를 바라던 기쿠코는 색다른 소년 니노미야의 세계를 엿보면서 점점 이 항구가 좋아진다. 그러던 어느날, 기쿠코는 니쿠코에게 새로운 비밀 사랑이 찾아왔다는 걸 알게 되고, 니쿠코가 헤어진다면 이곳을 또 떠나야 할까봐 점차 불안해지는데….

소설은 니쿠코와 항구 마을 사람들의 숨결을 생생하게 담아내면서 그대로 살고 싶은 마음과 그에 저항하려는 자의식을 동시에 가진 기쿠코의 성장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같은 점이 하나도 없어도, 함께 있는 것으로도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메시지를 담아 우리 마음을 촉촉히 적신다. 이 소설 또한 앞서 언급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의 애니메이션처럼 마지막에 반전과 함께 커다란 감동을 선사한다.

지은이 '니시 가나코'는 2015년 '사라바'로 제152회 나오키상, 일본 서점대상 2위를 수상하며 일본 대표 여성 작가로 발돋움했다. 311쪽,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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