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빈곤 포르노와 의사 다큐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난하고 검소한 이미지로 정치 후원금을 요청했지만, 실제로는 '코인 부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빈곤 포르노'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빈곤 포르노의 표상이 무엇인지 정치권에서 몸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가'라고 했다.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graphy)는 가난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후원을 유도하는 영상이나 사진 등을 말한다.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아프리카 어린이들 영상, 심하게 다쳤거나 중병에 걸린 아이가 치료받지 못해 죽어가는 모습, 더러운 물을 식수로 마시는 영상을 보여주며 '후원'을 호소하는 것이 그런 예다.

빈곤 포르노는 시청자의 동정심을 자극하거나 특정 계층을 즐겁게 하기 위해 아주 예외적인 상황을 전체적인 모습인 양 연출하고, 감성 가득한 내레이션을 덧붙여 실제를 왜곡한다는 비판을 종종 받는다. 다큐처럼 보이는 '의사(擬似) 다큐'로 특정 국가, 특정 지역에 대해 오인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도 '의사 다큐'가 한창이다. 7월 개봉하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다큐 영화 포스터에는 '세상을 변호했던 사람. 하지만 그는 떠났고, 이제 남아 있는 사람들이 그를 변호하려 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홍보 영상에는 (성추행에 대해)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인권위 조사 결과와 법원 판결에 배치되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이 감동적 문구와 듣고 싶었던 주장에 후원금을 낼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2022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그대가 조국'은 '저기 (검찰에) 쫓기는 자는 누구인가. 그대가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라며, 잘못은 조국 전 장관이 아니라 검찰에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얼마 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문 전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과 경청하는 모습에 집중한다. 재임 중 실정과 편견, 퇴행은 철저히 외면한다.

'빈곤 포르노'는 '과장' '왜곡'이라는 비판을 종종 받지만, 그 목적이 이웃을 돕는 데 있다는 점에서 친(親)사회적이다. 하지만 한국 정치판의 '의사 다큐'는 진실과 사실을 가린다는 점에서 반(反)사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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