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공감각적 예술

김민지 아양아트센터 공연기획·홍보담당

김민지 아양아트센터 공연기획·홍보담당
김민지 아양아트센터 공연기획·홍보담당

얼마 전 일곱 번째 절기인 입하(立夏)가 지나가면서 낮으로는 제법 여름이 느껴지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초여름에 진입할 때면 미적지근한 바람 속에서 나만 느낄 수 있는 향이 있다. 그럴 때면 가끔 어릴 적 기억이 사진처럼 불쑥 튀어나오는 한편 먼 훗날 내가 서 있을 곳의 풍경까지도 그려진다.

어떤 자극에 의해 일어나는 감각이 다른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작용을 의미하는 것을 공감각(共感覺)이라고 한다. 공감각은 단어 그대로 감각을 공유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한 가지 감각 기관으로만 감각을 느낀다고 하는데, 공감각을 느끼는 사람들은 두 가지 이상 감각을 같이 느끼면서 자신만의 세계로 여행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전시나 공연에서도 대중의 요구를 반영해 공감각을 활용하고 있다. 오랜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자극에 목 마른 관람객들을 위해 오감을 자극하는 전시나 공연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대구동구문화재단 설립 10주년 기념으로 아양아트센터에서 오는 13일까지 열리고 있는 '고흐, 향기를 만나다'도 공감각을 활용한 전시다. 세계적인 거장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3D 프린팅 기술로 원작과 유사하게 입체감을 구현한 작품들을 관람하며 만져볼 수 있다. 특히 각각의 고흐 작품마다 조향사가 영감을 받은 향을 적용해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시각을 통해 경험한 현상을 기억할 때 향기와 함께 기억하면 오래가고 쉽게 재생되는 현상인 '프루스트 효과'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번 전시를 관람하며 '노란색의 화가'라고 불리는 그에게 노란색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보게 됐다. 아마도 그에게 노란색은 자신의 힘든 삶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꿈과 같은 색상은 아니었을까?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그는 작품을 그려나갈 때마다 햇볕 아래 노란색으로 물든 잔디밭에서 평온하게 누워있는 자신을 떠올렸을 것이다. 또한 그 잔디밭에서 나는 노란빛 향기도 그의 코끝에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그가 느꼈을 공감각적인 경험을 떠올려보니 설사 그것이 나만의 해석하는 방법이라 할지라도 그의 작품 하나하나가 새롭게 보이며 한 층 더 잘 이해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처럼 공감각이란 동시대를 살 수 없는 천재 예술가들을 가장 가깝게 만나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글을 쓰듯 그림을 그렸다"라고 말한 고흐의 작품을 우리는 그저 시각이라는 감각 하나로만 온전히 읽어낼 수 있을까? 시각으로만 그의 생각을 읽어내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렇게 공감각은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상대방을 더욱 이해하게 만들어주고, 나아가 사물을 바라보는 각각의 시선들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켜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일상에서도 공감각이란 환상 아닌 환상으로 조금은 특별하게 세상을 살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현실을 탈피한다는 개념보다는 자신이 꿈꿔 온 미래를 구체화시킴으로써 실현 가능성을 더욱 가깝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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