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작별 곁에서

신경숙 지음/창비 펴냄

신경숙 지음/창비 펴냄
신경숙 지음/창비 펴냄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작가가 데뷔 38년 만에 첫 번째 연작소설 '작별 곁에서'를 펴냈다.

이번 책은 총 세 편의 중편소설을 엮었다. 예기치 않은 일들로 삶의 방향이 바뀌어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세 편의 화자는 서로 다르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연결된다.

뉴욕에서 일 년간 함께했으나 지금은 무슨 일인지 연락이 닿지 않는 화가 '선생'에게 쓰는 편지로 시작되는 '봉인된 시간'은 현대사가 할퀴고 지나간 한 가족의 시린 생을 통해 상실감과 모국어를 향한 그리움을 보여준다.

두 번째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는 죽음을 앞두고 있는 오랜 친구에게 보내는 가슴 아픈 작별 인사를 담은 작품이다. 여기의 화자 '나'는 독일에서 암 투병 중인 친구의 작별인사가 담긴 이메일을 받고 무작정 친구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난다. 하지만 친구는 한사코 '나'를 만나주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친구와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을 복기하며 친구에게 매일 전화를 건다. 신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차디찬 강을 건너는 중에도 맞잡을 수 있는 서로의 손이 있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진실을 보이며 사랑하는 이와 비로소 온전하게 작별하게 한다.

마지막 '작별 곁에서'는 소중한 이들을 떠나보내고 몇 년간 은둔하다가 1편 '봉인된 시간'의 화자에게 답장을 쓰기 위해 제주의 작업실을 찾은 '나'의 이야기를 담았다. 제주에서 '나'는 집주인과 함께 제주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지난 흔적과 조우한다. 흔적을 마주한 뒤에야 '나'는 비로소 삶 쪽으로 발을 내디딜 힘을 얻는다.

이 세 이야기는 인생이라는 난파선 위에서도 끝내 삶의 의지를 다지는 존재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슴 절절하게 그려냈다. '작별'에 대한 신경숙 작가의 깊은 사유와 빛나는 통찰은 우리에게 아직 사랑할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이야기는 인생 속에서 한때 부서져 본 사람이 부서지려는 사람에게 건네는 손길이기도 하다.

신경숙 작가는 이렇게 메시지를 던졌다.

부서진 그 자리에서 다시 살아봐야 하는 것이 숨을 받은 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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