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69> 나의 아름다운 고독

크리스틴 해나 지음·원은주 옮김/나무의철학 펴냄

크리스틴 해나 지음·원은주 옮김/나무의철학 펴냄
크리스틴 해나 지음·원은주 옮김/나무의철학 펴냄

"알래스카에서 실수는 한번만 용납되죠. 두 번째 실수는 곧 죽음을 뜻하니까요"

차갑고 아름다우며, 계절은 여름과 겨울뿐인 알래스카 대자연을 배경으로 1974년부터 1986년에 이르는 한 가족의 사랑과 상실, 생존에 대한 이야기다.

베트남전쟁 후유증으로 예전의 밝은 모습을 잃어버리고 의부증을 가지게 된 아빠와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엄마, 그리고 거듭된 이사로 친구없이 외로운 레니는 알래스카 195제곱미터의 벽지로 향한다.

세상의 문명과 전쟁, 질병과 가난이 싫어 알래스카로 먼저 온 정착민의 도움을 받아 야생의 땅에서 서서히 몸과 마음이 홀로 서게 된 레니는 친구와 이웃을 만들고 야생의 땅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온몸으로 배워나간다. 호전될 것 같았던 아빠의 증세는 밤이 계속되는 겨울이 되자 다시 레니와 엄마를 위태롭게 만들고 결국 사건이 발생한다. 엄마와 시카고로 돌아온 레니는 아들을 낳고 또다른 삶을 살지만 다시 알래스카로 돌아가 진정한 사랑과 자유를 찾게 된다.

우리는 삶을 살아오면서 무언가를 하거나 하지 않고,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으며 미루거나 서두르게 된다.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한 모든 결과는 온전히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다른 곳과 전혀 다른 알래스카를 선택하고, 그곳의 생존에 대한 끝없는 선택속에서 하루하루 견뎌내며 배워가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레니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었고 그 과정 속에서 레니는 자아를 키워가고 성장한다.

레니에게 알래스카는 고독이다. 무시하고 피해왔던 자신의 상황을 여과없이 바로 마주하며 극한으로 몰아대는 자연의 위용 앞에서 싸워가며 지켜야만 하였던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이었다. 미지와 야만의 세계에서 레니가 배울 수 있었던 것은 길고 긴 알래스카의 겨울처럼 혹독하고 차가운 고독의 시간을 견디는 것이었다.

사람들마다 그들만의 알래스카는 있다. 주어진 환경에 한없이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속에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지 제대로 보고 현재를 견디는 과정을 통해서만 내일을 희망으로 채울 수 있다.

법학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다 전업작가가 된 크리스틴 해나의 빼어난 서사력이 돋보이는 소설로 영화화된 전작소설인 '나이팅게일'처럼 이 책도 영화화할 예정이다.

이윤정 경상북도교육청 외동도서관 사서
이윤정 경상북도교육청 외동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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