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를 읽는 노년의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시력저하 등의 이유로 독서를 멀리하는 경우도 많지만, 유독 시집은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구매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시 분야 도서의 남성독자 연령대별 비중은 60대가 25.9%로 가장 높았고 ▷50대 24.5% ▷30대 17.9% ▷40대 16.3% ▷20대 14.0% ▷10대 1.4% 등으로 집계됐다. 50대의 비중도 60대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5060 중노년 남성들의 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개 시는 여성이 많이 읽는 분야다. 교보문고 시 분야 성별/연령대별 독자 비중 조사에 따르면 10~50대 여성 독자가 남성 독자에 비해 많았지만, 60대 이상만 남성 독자가 9.0%, 여성독자가 5.5%로 남성독자가 앞섰다.
이들은 주로 나태주, 류시화 시인 등 전연령층에서 사랑받는 시인들의 시집을 자주 찾았다. 60대가 가장 많이 구매한 시집으로는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가 1위에 올랐고 다음은 류시화 시인의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나태주 시인의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정호승 시인의 '슬픔이 택배로 왔다' 등의 순이었다.
60대 남성들이 시에 빠진 이유는 시가 정서를 표현하는데 유용하면서, 퇴직 후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수단으로 적합하면서다. 또한 40대 이상이 되면 남성 호르몬이 줄어들고 여성호르몬이 늘어나는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문인협회 관계자는 "시는 문학에 있어 가장 원초적인 표현이 가능한 형태로 글 쓰는 이의 정서를 표현하는데 좋다. 대부분 60대 남성이 퇴직한 뒤 시 쓰기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다"며 "대구에서 노인치매예방 강의보다도 시 특강 강의를 들으려는 참석자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시를 찾는 60대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디카시'(디지털카메라+시)라는 분야도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뒤 이를 감상한 느낌을 시로 적는 형태로 수년 전부터 주류문학의 한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노후에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이들도 늘어나면서 디카시는 어르신 사이에서 인기 장르로 자리 잡았다.
정훈교 시인보호구역 대표는 "퇴직 후 카메라로 야외에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신중년들이 많다. 여기에 휴대전화 화질도 좋아지면서 디카시 붐이 일어났다"며 "디카시 공모전을 하면 신중년 남성 접수율도 높다. 디카시에 대한 독자층도 넓어지면서 일반 작가들도 디카시집을 내는 경우도 있어 디카시 부흥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낙연 "민주당, 아무리 봐도 비정상…당대표 바꿔도 여러번 바꿨을 것"
'국민 2만명 모금 제작' 박정희 동상…경북도청 천년숲광장서 제막
위증 인정되나 위증교사는 인정 안 된다?…법조계 "2심 판단 받아봐야"
박지원 "특검은 '최고 통치권자' 김건희 여사가 결심해야 결정"
일반의로 돌아오는 사직 전공의들…의료 정상화 신호 vs 기형적 구조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