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건설노조가 없다면

황정화 녹색당 대구시당 운영위원장

황정화 녹색당 대구시당 운영위원장
황정화 녹색당 대구시당 운영위원장

노동자들의 연대를 위한 유급휴가를 보장하는 '근로자의 날'. 민주노총 강원지부 소속 건설노동자 양회동(50) 씨가 분신하였고 결국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그는 조합원 채용과 노조 전임비 지급을 강요했다며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유서에는 '먹고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억울하고 창피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월 국무회의에서 '건폭'을 근절하지 않으면 국가가 아니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쓴 데 이어,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이라며 건설노조를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집단으로 묘사했다. 11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노조가 기득권을 챙기려고 횡포를 일삼는 사이, 건설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진짜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로 환경에다 안전사고 위험까지 노출돼 있다"며 "건설노조는 '진짜 노동자'가 아니다"고 했다.

그렇다면 건설노조는 없어도 될까. 건설노동자들은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들이다. 인력 업체를 통한 건설 현장 파견이 불법인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어떻게 노동력을 구하는가. 바로 건설노조를 통해서다. 건설노동은 비숙련 노동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위험성이 높고 매우 정교한 작업을 요구한다. 그래서 '형틀목수'를 중심으로 20~30명이 한 팀을 이루고, 숙련도가 높은 팀장이 설계도를 해석해 팀원들에게 작업 수행을 지시하고 관리한다. 건설노조는 이러한 팀들의 연합이며, 지역별로 일자리를 발굴하고, 순번을 정해 현장에 투입한다.

건설사가 숙련 노동자들을 직접 찾지 않고, 기술 교육과 인력 관리 비용도 부담하지 않고 건설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건설노조가 있기 때문이다. 건설노조가 없다면 건설사들은 '알바앱'을 통해 숙련 정도나 팀워크가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노동자들을 알아서 구해야 한다.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노동자들을 상용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 참고로 독일은 80% 이상의 건설노동자가 상용직으로 고용된다.

국가는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 임금 보장에 노력하여야 한다.(헌법 32조)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헌법 33조) 건설노조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발생하는 2중, 3중의 임금 착취와 임금 체불이 만연한 노동 현장에서 근로조건의 개선과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애써 온 합법적 조직이며(노조법 1조), 노동조합 활동 시간과 전임비도 노조법으로 보장된 것이다. 복수노조가 가능해지자 난립한 노조 중 일부가 불법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대다수 건설노조가 건설 노동자들의 직업 안정성을 높이고 건설 현장을 안정화시켜 왔음은 건설사들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부가 할 일은 건설노조를 불법이라 규정해 놓고 이를 증명하려고 노조원들을 검찰로 불러들여 모욕감을 주고 압박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불법 다단계 하청과 부실 시공에 대한 철저한 감독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건설 현장 불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여 100일간 집중 감독을 벌이던 그때,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는 붕괴되었고 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2022년 산재 사망자 644명 중 과반이 넘는 341명이 바로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부실 시공과 산재 사고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이제라도 정부는 건설노동자가 생업 현장에서 자존감을 지키며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건설노조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이것이 헌법 수호의 의무를 지는 대통령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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