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정호승문학관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범어천은 내 시(詩)의 고향이자, 내 문학의 모성적 원천입니다." 정호승 시인이 평소 자주 하는 말이다. 그 범어천 옆에 대구 수성구청이 지난 3월 말 정호승문학관을 개관했다.

정호승문학관의 지하는 독서 모임, 강연, 콘서트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대관료는 없다. 1층 북카페는 유명 시인들의 시집과 문예지 등을 전시한다. 표지가 닳은 소월 시집 '진달래꽃', 신경림의 '농무' 등 오래된 책들도 있다. 2층은 정 시인의 발자취를 보여준다. 꾹꾹 눌러 쓴 색 바랜 원고, 출간한 시집, 소장품 등 100여 점이 있다. 시인이 다녔던 삼덕초·계성중·대륜고 시절의 상장과 졸업장이 눈길을 끈다.

지난달 지인의 북토크 행사에서 정호승 시인을 만났다. "문학관 개관을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정 시인은 "큰 영광이다. 저 개인의 문학관이 아니라, 대구 시민을 위한 문학관이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는 이날 축사에서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지만, 대구에서 초·중·고를 졸업했고 본관이 대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역 연고성이 부족한 생존 인물의 개인 문학관은 부적절하다'는 일부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들렸다.

아무튼 대구는 대구문학관(중구 향촌동·2014년 개관), 이태원문학관(북구 동천동·2020년 개관), 정호승문학관 등 3개 문학관을 갖게 됐다. 대구문학관은 종합 문학관이다. 특정 작가나 특정 주제를 내세운 곳이 아니다. 다만, 현진건·이상화·이장희·백기만·김춘수·신동집 등 일제강점기 및 1950, 60년대 활동 작가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수의 작가를 아우르다 보니, 산만한 느낌이다.

지역 문단에선 특정 작가의 문학관을 탐탁지 않게 보는 시선이 있다. 콘텐츠 구성의 한계를 이유로 든다. 일리가 있으나, 정답은 아니다. 좋은 문학관은 개인 문학관이냐, 종합 문학관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작가를 선정하고, 어떤 콘텐츠를 채우고,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관건이다. 문학관은 작가를 추앙하는 공간이 아니다.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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