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과도한 상속세 수술해 기업 활동 힘 실어줘야

우리나라 상속세가 다른 주요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현행 기업 승계 상속세제의 문제점 및 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2021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이 0.7%로 프랑스, 벨기에와 함께 공동 1위로 과중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상속세 체계는 세계적으로 가혹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비합리적인 '징벌적 과세'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다. 여기에 기업을 승계하려면 최대 주주 주식 가격에 20%를 가산해 과세하는 최대 주주 주식 할증 평가 규정에 따라 최고 세율은 60%까지 확대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탓에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 타계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상속세가 12조 원대에 달했다.

현행 상속세 세율로 3대를 거쳐 내려가면 100% 지분이 16%로 줄어들게 된다. 가업 승계나 백년기업이 나오기 힘든 구조다.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 승계의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을 자녀들에게 넘기는 것을 포기하고 아예 문을 닫아 버리겠다는 기업가들이 많은 이유다.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과 연속성을 저해해 투자와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등 과도한 상속세 부작용이 크다.

우리나라의 과도한 상속세 부담은 세계 추세와도 배치된다. OECD 회원국 중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 시 상속세 부담이 없는 나라가 19개국이고, 10개국은 세율을 인하했다. 미국의 상속세 면세점은 1천158만 달러(약 156억 원)로 한국(10억 원)보다 15배나 높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에 투자를 촉구하고 민간 활력을 언급하면서 과도한 상속세를 그냥 놔두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정부가 상속세 개편 방안으로 유산취득세로의 전환, 공제액 상향을 검토하고 있지만 기업 승계를 활성화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 활성화 및 대기업으로의 성장을 위해 상속세율을 OECD 회원국 평균 수준보다 조금 높은 30%까지 인하하고, 최대 주주 할증 과세는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야당도 상속세 인하를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국민을 호도할 게 아니라 기업 활동을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세제 개편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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