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회를 먹을 수 있는 지역은 여러 곳이지만 가장 맛있는 물회를 파는 곳을 지도상에서 찍으라면 당연히 경북 포항이 가장 먼저 꼽힌다. 포항에 도착해서 개인택시를 탄 뒤 "물회 맛집으로 가주세요"라고 해본 이들도 있을 테다. 택시기사들도 저마다 입맛이 달라 곳곳에 숨은 맛집으로 데려다주지만, 그중 가장 높은 확률로 겹쳐지는 두 집이 있다.
택시기사들에게 '물회 맛집' 설문을 진행한 결과 가장 많은 득표를 받은 이곳 두 집은 완전히 다른 물회를 선보인다.
◆100% 자연산 참가지미 물회 '미강횟집'
2021년 7월 한 방송사 맛집 프로그램에 나오기 전에는 지역 숨은 맛집으로서 인기를 누리다가 방송을 타고나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미강횟집'이 택시기사들이 뽑은 물회 맛집 1위에 올랐다.
최근 유명세를 탔다고 해도 이 집의 전통은 32년이나 된다.
이곳의 회는 넓적하게 썰리는 일반회와 달리 두툼하고 길쭉하게 썰리는 게 특징이다. 부드러운 지느러미 뼈와 같이 씹히는 회의 쫀득한 식감이 이전의 먹었던 것들과 확연히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참가자미는 4월 산란기에는 맛볼 수 없다. 그 외에 11개월은 잡을 수 있지만 잘 잡히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장은 중매인을 통해 어선 7척과 계약을 맺고 참가자미가 잡히면 비싸더라도 무조건 구매한다. '손님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사장의 고집 때문이라고 한다.
이곳은 참가자미 생물을 바로 잡아 식탁에 올리지 않는다. 손질한 참가자미를 훈연한 쌀겨에 숙성시켜 최상의 부드러움과 맛을 내도록 한 뒤에야 손님 상에 올라간다.
이 집의 고추장에서도 맛에 대한 정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좋은 재료가 좋은 맛을 낸다는 사장의 고집으로 태양초 고추장을 담그기에 물회의 맛이 변할리 없다.

게다가 회를 썰고 접시에 담아 손님 상에 나가기 직전까지 모든 과정을 사장이 직접 하는 것도 이 집이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비결 중 하나다.
이 집에선 고추장 물회 말고도 육수 물회도 맛볼 수 있다. 최근 살얼음이 낀 붉은 육수를 찾는 젊은 층이 늘어나, 물회를 주문하기 전 양쪽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물회의 가격은 2017년부터 그대로다.
정상학(61) 사장은 "항상 손님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신선한 회를 푸짐하게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겠다"고 했다.
◆정통 포항물회란 이런 것 '새포항물회집'

개인택시 기사들이 손꼽은 또 다른 물회집은 '새포항물회집'이다. 이곳은 '전통'이란 말보다 '정통'이란 말이 더 어울린다. 가게 시그니처 메뉴 이름도 '포항물회'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새로운 맛에 도전하는 집들과는 조금 다른 '정통'의 분위기도 느껴진다.
정통 물회답게 고추장이 기본 양념장으로, 육수는 따로 제공되지 않는다. 고추장은 텁텁한 맛없이 달짝지근하면서도 부드럽고, 매콤함도 느껴져 직접 담근 장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광어가 주요 횟감으로 들어간다. 고추장과 갖은 야채로 물 없이 쓱 쓱 숟가락으로 비벼 먹는 것이 방법이다. 이렇게 먹다가 물을 붓거나 홀 한쪽에 준비된 얼음을 넣고 나서 밥을 말아먹으면 우리가 아는 물회가 된다.
고추장 물회는 한번 맛보면 계속 찾지 않을 수 없다.
이 집에선 등푸른 생선으로 만든 물회도 맛볼 수 있다. 등 푸른 생선은 초장에 막 비벼 먹는다는 의미의 '막회'로 쓰이는데, 이것이 물회로 진화한 모습이다.
새포항물회집 관계자는 "고추장 물회의 특성을 잘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변함없는 맛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尹파면' 선고 후 퇴임한 문형배 "헌재 결정 존중해야"
'퇴임 D-1' 문형배 "관용과 자제 없이 민주주의 발전 못해" 특강
"조직 날리겠다" 文정부, 102차례 집값 통계 왜곡 드러나
헌재재판관 지명 위헌 논란…한덕수 대행 역풍 맞나
한덕수 돌풍, '어게인 노무현'?…영남이 선택한 호남 후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