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늘 오월만 같으면 모두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슈만의 연가곡집 <시인의 사랑>은 1840년 슈만이 클라라 비크와 결혼하던 해 작곡한 것이다. 같은 해 작곡한 <여인의 사랑과 생애>가 한 남성에 대한 여인의 사랑을 그린 것이라면 <시인의 사랑>은 한 여인에 대한 남성의 사랑을 노래한다. <시인의 사랑>은 250편에 달하는 슈만의 가곡 중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클라라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의 예술적 결실이다.
슈만은 문학에도 탐닉하였는데 이것은 그의 음악적 특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슈만의 특성은 한마디로 '시적'이다. 그의 삶 또한 시적 환상을 추구하는 낭만주의자 그 자체였다. 일찍이 음악에 재능을 보였지만 법률을 공부하였고, 음악의 길에 접어들었으나 무모한 연습으로 문제가 생겨 작곡으로 전향하게 되었으며, 클라라 비크와의 사랑 또한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힘겹게 결혼한 후 한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나 유전적인 문제로 정신병에 시달렸고 라인강에 투신을 시도할 만큼 악화되었다. 그는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 2년 뒤에 죽는다. 아름답고 격렬하고 비극적인 그의 가곡들처럼 그의 삶도 그러했다.
독일 가곡은 하이네의 서정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수많은 작곡가들이 그의 작품을 탐독하고 곡을 붙였다. 독일 음악사에서 괴테를 제외하고 하이네만큼 작곡가들의 폭넓은 공감을 얻어낸 작품도 없었다. 슈만은 하이네의 시를 매우 주관적으로 해석했다. 그는 노래 이상으로 피아노에 깊은 감정을 담아내고 있는데, 주요 멜로디를 피아노가 담당하고 노래는 낭송하듯 이어 가거나 피아노의 전주와 간주, 후주가 노래 이상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유기적 연결을 위해 불완전 종지를 사용하는 등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롭고 파격적인 양식을 보여주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오월'은 16곡으로 이루어진 <시인의 사랑>의 첫 곡이다. 이 곡은 낭만적 서정의 결정을 보여준다. 후고 라이히텐트리트는 낭만파 예술의 시적 높이와 젊음에 찬 풍부함, 인간 혼에 스며드는 서정을 이 한 곡에서 모두 느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제1~6곡은 사랑의 시작을, 7~14곡은 실연의 상처를, 15~16곡은 사랑의 허망함을 노래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오월/ 모든 꽃봉오리 피어날 때/ 나의 가슴속에도/ 사랑이 싹텄네.
-하이네, '참으로 아름다운 오월'
'참으로 아름다운 오월'의 조성은 전주에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 또한 예기치 못하는 화성의 변화와 불확정적인 종지는 눈부신 오월, 사랑에 빠진 사람의 미묘한 심정을 전해준다. 멜로디를 흥얼거리다 보면 반음계적 펼침화음과 한 줄기 미풍같이 섬세한 선율, 아련하게 저며오는 불완전한 종지 때문에 가망 없는 사랑에 빠진 심정이 되기도 한다. 오월의 잔디밭 위로 옅은 음영을 드리우고 있는 신록을 바라본다. 슈만의 가곡은 달콤하면서도 쓰라린 감정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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