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근무 중인 대덕문화전당에서 필자의 이름 앞에 붙는 업무명은 공연‧전시 기획이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공연과 전시는 아마 양대 산맥쯤 되지 않을까.
이 '양대 산맥' 같은 공연과 전시 업무를 맡으면서 공연기획사 입사로 시작해 대부분의 업무 경력이 공연 쪽인 필자는 이름 앞에 있는 '전시'란 단어가 조금은 버겁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필자는 미술이 어려웠다. 그림도 만들기에도 재능이 없던 필자에게 미술 시간은 수학 시간만큼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성인이 되어 문화예술 분야에 몸담으면서 다방면의 예술 장르를 섭렵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몇몇의 전시장을 찾아다닌 적도 있지만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공연과는 사뭇 다른 정적인 분위기와 알 수 없는 압도감에 눌려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기 바빴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다녀와서도 필자의 기억에 남아있는 장면은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주는 압도적인 예술미가 아니라 그 작품을 관람하던 수많은 인파의 뒤통수뿐이니, 필자에게 미술은 딱 그만큼의 관심이었다.
그러던 필자가 지난해 대덕문화전당으로 옮기면서 전시 업무를 맡게 됐다. 업무를 진행하며 조각, 서양화, 동양화, 현대미술,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가까이에서 만나며 불과 1년이지만 미술이라는 녀석이 이제는 마냥 낯설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올해로 49년의 미술 인생을 맞이하고 계신 목우(木愚) 김일환 선생님과의 첫 만남이 생각난다. 선생님의 개인전을 기획 전시로 준비하며 홍보- 자료 제작을 위해 선생님과 처음으로 통화를 했던 날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자연을 형상화한 전시를 준비하고 계셨는데 장엄하고 광활한 미술의 세계가 아닌 고대부터 이어온 인류의 사상과 우리의 역사에 대한 진중한 말씀으로 당신의 작품을 소개하셨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란 중력과 자연의 인지 속에서 형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라 서술한 작가노트를 보며 미술이, 전시라는 업무가 얼마나 창조적인 문화예술 행위인지를 깨닫게 됐다.
그 짧은 깨달음으로 미술에 대한 미천한 시각이 하루아침에 넓어질 리도 없고 전시 큐레이터와 같은 전문성을 갖출 순 없겠지만, 수십 년 동안 미술계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예술관으로 작품 활동을 해오신 선생님들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내 것인 마냥 준비하고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은 공연기획자로서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쾌감이자 보람이다.
기획전시를 준비하며 작가님들께 '제가 전시 전문이 아니어서요'라는 말을 변명처럼 내뱉곤 했다. 대덕문화전당의 공연‧전시 담당자로 근무하며 앞으로 만나 뵙게 될 많은 미술계 선생님들께 전시 업무 2년 차의 공연기획자가 낮은 자세로 열심히 배워보겠다는 다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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