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거부권 상황까지 온 간호법, 무엇을 위한 강행이었나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킨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국민의힘과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공식 건의했다. 16일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를 의결할 전망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간 상호 역할과 관계를 규정하고 있다. 간호법은 이중 간호 직역을 따로 분리하고, 간호사의 활동 범위에 '지역사회'를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계 내 다른 직역의 반발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가 포함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미 두 차례 연가 투쟁과 동시다발 집회를 열며 간호법 제정에 강한 반대를 표시했다. 총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대한간호협회 역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적극적인 단체 행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간호사 처우 개선과 바뀐 의료 환경을 고려하면 법과 제도 정비는 필요하다. 하지만 의료계 내 다른 직역들과 갈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만큼 합의점을 찾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비판받아 마땅하다. 단독으로 밀어붙인 민주당은 문제를 풀기는커녕 오히려 꼬이게 했다고 본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재의결 절차를 밟을 것이고, 부결되어 폐기되더라도 대여 공세를 펼치겠다고 한다. 양곡관리법을 밀어붙일 때도 그랬다. 법 자체가 가져올 순기능이나 역기능을 생각했다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법제사법위원회 패싱, 본회의 단독 처리), 대통령 거부권 행사와 국회 재의결 부결, 자동 폐기 수순으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간호법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이 여러 차례 반대 입장을 밝혀 온 만큼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제시한 중재안을 외면하며 단독으로 간호법을 강행했다. 그러니 간호사 처우와 의료 환경 개선에는 관심이 없고, 정부·여당에 상처를 입히는 데에만 목적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