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보완 필요한 고향사랑기부제

박용현 농협 경주환경교육원 교수

박용현 농협 경주환경교육원 교수
박용현 농협 경주환경교육원 교수

많은 관심 속에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가 어느덧 넉 달을 훌쩍 넘겼다.

고향사랑기부제 도입 취지는 고향에 일정 금액을 기부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키우고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수 농축수산물 등을 도시에 공급(기부금의 30%)함으로써 지역사회의 특산품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자는 의도로 만들어진 법이다.

대도시 집중 현상은 인구의 급속한 탈지방화를 가져왔으며 이에 따라 지역 경제가 침체되고 향후 지방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방탄소년단과 손흥민 등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가 참여하며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켰지만, 예상과 달리 갈수록 저조한 실적으로 지역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이라던 당초 취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100일을 맞아 실시한 현황 조사 결과, 응답에 참여한 지자체 140곳의 모금액 실적 편차는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지자체의 평균 모금액은 5천300여만 원으로, 전북 임실군(전국 1위)은 3억1천500만 원을 모금한 반면 일부 지자체는 200여만 원을 모금하는 데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별 편차도 심할뿐더러, 답례품을 운영하지 않는 지자체도 45곳이나 되는 등 아직까지 온전한 제도 정착이 이루어지지 않은 모습이다.

이 제도를 조기에 정착시키고 온 국민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돼야 할 사항이 있다.

먼저 정부는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국민들에게 고향사랑기부제를 알려야 할 제도 시행 초기에 홍보 수단의 과도한 제한으로 지자체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부자 관리를 위한 서신 교환 등이 허용돼야 한다.

둘째, 현행 전액 세액공제 10만 원 참여로는 지방재정을 안정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며, 고액 기부 활성화를 위해서 상한 규정도 없애야 한다.

일본의 고향납세 중흥에 기여한 '기업형 고향기부제' 도입도 검토돼야 한다. 또한 기부금을 산불 등 재난의연금으로 쓸 수 있도록 고향사랑기부금법 보완도 필요하다. 사용처가 넓은 일본의 경우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고향납세에 대한 국민적 호응을 끌어내는 기폭제가 됐다는 점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셋째, 고향사랑 E음 시스템도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고향사랑 E음 시스템을 통해 기부를 할 경우 복잡한 단계의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점이라든지 답례품 배송 정보를 알기 어려운 점, 결제 오류 등은 신속히 해결되어야 한다.

넷째, 개인으로 국한돼 있는 기부 주체를 법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일정 기부금 한도를 정하고 세제 혜택을 줘서 법인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지자체는 답례품을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화해야 한다. 답례품은 이 제도를 활성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각 지자체의 지역사랑상품권, 숙박권 등 관광상품과 연계된 답례품 제공은 기부자가 직접 지역을 방문하는 계기가 되어 지역 내 일자리 창출, 소비 진작, 관광 활성화 등의 경제효과를 유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이제 겨우 첫 발걸음을 뗐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고향사랑기부제는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기부를 통해 관계인구 형성의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면밀한 검토를 통한 충실한 제도 보완으로 최초 도입 취지를 살려 지역 발전과 농가 소득 향상에 크게 기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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