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생중계하며 취임 1년을 총정리하고 2년 차 정책 목표를 제시하는 등 사실상 취임 1년 회견 수준의 발언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 15분 가까이 할애하며 간호법 제정안, 3대 개혁, 전기료 인상 등 주요 이슈는 물론 민간 주도 경제로의 전환, 부동산 정책 정상화, 원전 생태계 복원, 첨단 산업 및 과학기술 혁신 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 시작부터 "정부 출범 2년 차 첫 국무회의"라며 "남다른 소회와 함께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된다"면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간호법…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넘어온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간호법안 재의요구안'이 심의·의결됐고, 곧이어 윤 대통령이 재가했다고 밝혔다.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 고유권한으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달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두 번째다.
이에 따라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로 보내면 본회의에 상정, 재표결을 거쳐 최종 결정하게 된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2/3 이상 찬성하면 재의결 법률안이 법률로 최종 확정되고, 대통령은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반대나 출석 미달 등 요건을 갖추지 못해 부결되면 이 법률안은 폐기된다.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달 27일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 관련 내용을 분리한 간호법은 간호사, 전문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명확히 하고 간호사 등의 근무 환경·처우 개선에 관한 국가 책무 등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다른 직역은 간호법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 건강은 다양한 의료 전문 직역의 협업에 의해 제대로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며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암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국민 건강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정치 외교도, 경제 산업 정책도 모두 국민 건강 앞에는 후순위"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 간호법이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는가 하면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가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고 했다.
◆전기료 인상…"탈원전·방만 지출이 한전 부실 초래"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탈원전과 방만한 지출이 한국전력공 부실화를 초래한 탓"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5.3%의 전기료 인상이 있었다"며 "탈원전과 방만한 지출이 초래한 한전 부실화는 한전채권의 금융시장 교란을 더 이상 놔둘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학에 기반하지 않고 정치 이념에 매몰된 국가 정책이 국민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이념적, 정치적 정책을 완전히 폐기하고, 세계 최고 수준인 원전산업 생태계를 복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2조9천억 원의 주 기기 공급계약과 2천억 원 규모의 특별금융지원으로 고사 위기의 원전 생태계가 생기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13년 만에 3조 원 규모의 이집트 원전 수주로 끊어진 원전 수출을 재개했고, 차세대 원전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4천억 원 규모의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사업에도 착수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전날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6일부터 전기요금이 kWh당 8원 인상되고, 도시가스 요금도 MJ(메가줄)당 1.04원 오른다고 발표했다.
이 장관은 이번 요금 조정으로 4인 가구(332kWh·3천861MJ 사용)를 기준으로 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각각 약 3천원, 약 4천400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 재차 강조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노동, 교육, 연금의 3대 개혁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미래세대와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동, 교육, 연금의 3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3대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도, 미뤄서도 안 된다"고 역설했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노동의 유연성, 공정성,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라는 게 윤 대통령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 사태를 정상화했다"며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는 노동 개혁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합비 사용 내역을 은폐하는 노조에 역대 처음으로 과태료 부과와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며 "세제 지원 배제 등의 강력한 대응을 하고, 법률 개정안도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래세대의 기회를 박탈하는 고용세습 등 불법적인 단체협약은 시정조치하고, 세습 기득권 철폐를 위한 공정채용법 개정안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획일화된 교육, 정치 이념적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와 다양성에 주목하는 교육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아동의 돌봄과 교육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국가책임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의 산업 기반 변화에 발맞춰 지식 주입형 교육에서 창의적인 문제해결형, 응용 방식의 교육으로 전환하고 학생들의 미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디지털 알고리즘 교육과 AI 교육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 대학 지원을 통한 지역 발전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대학은 지역 산업 발전의 거점이 되도록 중앙의 권한을 과감하게 지역으로 이양하고, 지역 대학을 지원할 특별회계를 신설했다"며 "대학의 창의적인 융합 연구를 위해 대학 내 전공별 벽 허물기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금 개혁과 관련해선, 전문가들과 국민연금 재정추계와 개혁 방안을 치밀하게 분석하는 한편,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다양한 목소리와 여론을 과학적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에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연금 개혁을 위한 준비를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연금 개혁은 최소 50년 이상 지속 운용돼야 하는 체계인 만큼 하루, 이틀 안에 성급하게 다루기보다 우리 정부에서 반드시 그 골격과 합의를 도출해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마무리발언을 통해 "지난 정부를 무조건 비판해서는 안 되지만, 잘못된 정책에 대해 명확한 문제의식을 가져야만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나라를 변화시킬지 명확한 방향성이 나온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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