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간호법 제정이 불발된 가운데, 간호사들이 집단행동을 예고하면서 보건의료계에 당분간 후폭풍이 지속될 전망이다.
의사, 간호조무사 등 간호법에 반대하는 13개 보건의료 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이하 의료연대)는 이날 거부권 행사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17일 예고했던 총파업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 약속을 파기한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의료연대는 이날 서울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400만 회원은 환영의 뜻을 밝힌다"며 "17일에 계획한 연대 총파업은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깊은 고뇌 끝에 국회 재의결 시까지 유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간호법 제정안과 함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에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은 점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의료연대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의료인의 평등권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의료인 면허박탈법'에 대한 재개정 절차에 국회와 정부가 나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법안 처리가 원만히 마무리될 때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치과의사협회도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이중처벌이자 과잉처벌이다"며 "법이 공포되면 헌법소원과 법 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호협회는 준법 투쟁을 포함한 단체 행동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간호협회와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후안무치한 탐관오리들이 건의한 간호법 거부권을 수용했다"며 "대통령이 간호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한 내용은 증거와 기록이 차고 넘치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간호법 제정 약속과 공약을 파기했다"고 비판했다.
김영경 간호협회장은 "간호법을 파괴한 불의한 정치인과 관료들을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반드시 단죄하겠다"며 "다시 국회에서 간호법 제정을 추진할 것이며, 간호법 제정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간호계에서는 ▷면허증 반납 운동 ▷1인 1정당 가입 캠페인 등의 집단행동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병원에서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하는 'PA(진료보조인력) 간호사'들이 업무 외 의료 활동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단체 행동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간호협회는 국민 건강에 피해를 입히지 않는 방식으로 투쟁 방향을 잡을 계획이다.
한편, 1923년 출범한 간호협회는 지금까지 협회 차원의 집단 행동을 한 적이 없는 만큼, 간호사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다면 사상 초유의 단체 행동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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