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준(33) 작가가 운영하는 전시장 '공간독립'(대구 중구 공평로8길 14-7)은 화이트 큐브 형태의 전시장들과 다르다. 그는 할아버지가 쓰시던 적산가옥을 물려받아, 2015년 전시장으로 리모델링했다. 오래된 나무 문틀과 창호지가 붙은 창문, 현관 위 숨겨진 작은 창고 등 옛 가옥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정감이 간다.
그는 "공간의 특색을 잘 살린, 오로지 여기에서만 선보일 수 있는 작품들이 있다. 작가들은 공간을 의식한 작업을 하며 재미를 느끼고, 관람객들은 그 결과물을 보며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가옥을 전시장으로 활용한 사례는 많지 않다. 공간독립의 경우 층고가 높아 영상, 설치 작품도 선보일 수 있다. 지역에서 흔치 않은 공간에 대한 가치를 작가, 관람객들과 함께 경험하고 공유하고 싶다는 것이 신 작가의 생각이다.
그도 2018년 이곳에서 개인전을 선보인 적이 있다. 방 안에 영상 작품을 전시하는 과정에서 공간이 다소 좁았던 탓에 영상이 스크린을 넘어 옆 벽면까지 장식하기도 했다. 신 작가는 "오히려 영상이 방 안을 가득 채워 집중되는 느낌이었다"며 "공간 덕분에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많이 봐왔던 공간이라 친숙했지만 전시장으로 의식하고 작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또 새로운 느낌이었다. 작가로서 성장하게 만들었던 중요한 순간이었다. 생각보다 전시하기 까다로운 공간이지만, 그만큼 공간 분위기와 작품이 딱 맞아 떨어졌을 때 쾌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2년 전, 원래 주방이었던 공간을 자신의 작업공방으로 셀프 리모델링하기도 했다. 그 과정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조회수가 4만 회에 이른다.
2020년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어려웠을 때 재미삼아 유튜브(채널명 '돌리데이')에 영상을 하나 둘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설치미술의 재료였던 목재를 재활용한 셀프 시공, 가구 만들기, 관련 장비 리뷰 등이 인기를 끌면서 구독자가 2만7천 명을 넘어섰다.
신 작가는 "다양한 재료를 다루는 설치미술과 영상 미디어를 전공했기에 어렵지 않게 도전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모든 촬영과 편집을 직접 하고 있는데, 영상을 자주 올리진 못해도 구독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범한 일상 속 사물을 오브제 삼아, 사물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보여주는 설치·영상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는 앞으로 어떤 사물을 선택할 지,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 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더 좋은 작업을 보여줄 수 있는 발판을 올해 단단히 다져보겠다고 했다.
"전시장 운영과 개인 작업을 함께 하다보니 사실 한 곳에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많습니다. 올해는 공간 독립에 좀 더 집중하며, 작업을 하는 대신 앞으로의 작업 방향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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