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이 17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반발해 '준법 투쟁'을 선언하면서, 의료현장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오전 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적인 진료 업무 지시를 거부하는 준법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등은 병원 인력 부족을 이유로 관행적으로 의료법상 업무 범위 밖의 의료 행위를 해왔는데, 이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간호협회가 밝힌 불법 진료행위는 대리처방, 대리수술, 대리기록, 채혈, 초음파와 심전도 검사, 동맥혈 채취, 항암제 조제 등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에 따르면 '수술실 간호사'로 불리는 'PA 간호사'는 전국에서 1만명 정도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PA 간호사는 수술장 보조, 응급 상황 시 보조 등에 투입되는 간호사들로, 이들의 업무를 뒷받침하는 규정이 없어 위법과 탈법의 경계선에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학병원 교수 출신 의사 A씨는 "전공의들이 부족하다 보니 PA 간호사들이 교수들의 수술을 보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사의 감독 하에 보조를 하면 문제가 없지만, 간혹 의사가 근무하지 않을 때 독자적으로 업무를 보는 경우가 있어 법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지역 의료기관에서는 간호사들의 업무 거부 등의 분위기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다만 간호협회 차원에서 불법진료 신고센터, 현장실사단을 운영할 예정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대구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수술실에 투입되는 간호사는 보조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일부 공백이 생긴다고 해도 근무 인력 조정이 어렵진 않을 것"이라며 "준법 투쟁인 만큼 실제로 업무 지시를 거부하는 간호사가 있다고 해도, 병원 차원에서 제지할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구시간호사회 회원은 약 1만3천 명, 경북도간호사회 회원은 약 1만 명이다. 지역 간호사회는 대한간호협회 차원의 투쟁 로드맵에 따라 집단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간호협회는 1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간호법 거부권 규탄 및 부패정치 척결을 위한 범국민 규탄 대회'를 개최하고 연차 투쟁에 나선다.
간호협회는 "앞으로 한 달간 전국 간호사들의 면허증을 모아 보건복지부로 반납하며, 면허 반납을 하는 그날 광화문에 집결해 허위사실로 부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한 복지부 장·차관을 고발하고 파면을 요구할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연차를 내 투쟁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병원 운영상 어려움은 발생할 수 있지만 의료공백까지 빚어질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보건복지부는 박민수 제2차관의 주재로 '제6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진료 공백 발생 상황을 점검했다.
박 차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정부와 보건의료계가 지켜야 할 최우선 가치"라며 "정부는 간호사들께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간호사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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