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처님오신날] "날 추앙해요" 대중 문화에 스며든 불교 문화

불교 관련 장소와 철학이 녹아있는 영화, 드라마 多
랩 가사에 직접적인 불심 드러내고, 철학이 간접적으로 드러나기도
부처님, 연꽃 타투 등 몸에 새기며 불심 드러내
"앞으로는 AI와 관련된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될 것"

지난 2021년 겨울, 넷플릭스 드라마
지난 2021년 겨울,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이 끝난 직후 찾은 부산의 해동 용궁사. 드라마의 영향 때문인지 젊은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다. 심헌재 기자
지난 2021년 겨울, 넷플릭스 드라마
지난 2021년 겨울,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이 끝난 직후 찾은 부산의 해동 용궁사. 드라마의 영향 때문인지 젊은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다. 심헌재 기자

혹자는 "우리 일상의 삶과 동떨어진 종교는 말 그대로 '공염불'(空念佛)'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공염불은 실천이나 내용 등 실질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주장이나 선전을 뜻한다. 종교는 우리 삶과 함께해야 그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불교계는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에서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올해 10주년을 맞았고, 대구에서도 지난해부터 '불교문화엑스포'가 열리고 있다. 올해는 9월 개최 예정이다.

최근 국가지정문화재를 보유한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65개 사찰이 무료 입장으로 전환했다. 이로써 관람객들은 부담 없이 사찰을 찾을 수 있다. 또 한국불교대학 대종사 우학 스님은 '유튜브'를 통해 불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알게 모르게 불교는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특히 대중문화에서도 불교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날 추앙해요"…불교 사찰 및 철학 큰 인기

작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작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등장한 파주 약천사의 대웅전. JTBC 홈페이지 캡처
작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작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등장한 파주 약천사의 대웅전. JTBC 홈페이지 캡처

부산 해동 용궁사는 풍부한 볼거리와 포토존으로 예전부터 숨은 명소로 손꼽혔지만, 최근 들어 유난히 젊은 커플들이 눈에 많이 보인다. 이는 2021년 10월 방영되며 큰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에 용궁사가 등장한 영향이 크다.

용궁사는 드라마 내 등장하는 동천파(조폭 조직)의 장례식장 촬영 장소였다. 드라마에서는 용궁사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절 내부 모습도 등장해 '마이네임'을 시청한 많은 젊은 커플이 관광지로 찾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개봉해 2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도 전남 순천의 송광사가 배경으로 나온다. 특히 송광사 배경의 장면은 탕웨이와 김지용 촬영감독이 꼽은 영화 내 최고의 신(scene) 중 하나다. 영화의 중반부에서 약 5분 동안이나 송광사 내 승보사찰을 배경으로만 극이 전개되는데, 여러 이유로 서로 간의 마음을 숨겼던 서래와 해준이 상대방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는 결정적 장면이다.

경기도 파주 '약천사'처럼 드라마 촬영지 '맛집'으로 알려진 사찰도 있다. 올해 초 방영돼 '최치열(정경호) 앓이'를 불러일으킨 드라마 '일타 스캔들'과 작년에 반영된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역삼역?"라는 명대사를 남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날 추앙해요"라는 대사로 '추앙 열풍'을 일으킨 '나의 추방일지'에는 파주의 약천사가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특히 '나의 해방일지' 엔딩 장면에서 대웅전 계단에 앉아 있는 주인공들 앞에 '무지개'가 나타나는데, 이를 통해 해당 계단은 포토존으로 자리 잡았다.

'불교 철학'을 바탕으로 극이 전개되는 해외 영화도 있다. 1999년 개봉해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구사한 영화 '매트릭스'에는 '불교 사상'을 기반으로 한다. 영화 내 등장하는 '가상 세계'는 불교의 '사바세계'와 상통하며, 주인공의 수행 과정은 불교의 '무분별지'와 관련돼 있다. '매트릭스'를 제작한 워쇼스키 감독은 "불교의 매력에 예전부터 매료돼 있었고, 시나리오에 불교 철학을 적목시킨 것이 맞다"며 인터뷰에서 직접 밝혔다.

올해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올해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일타스캔들'에 등장한 파주의 약천사. tvn 캡처

◆'Buddha piece' 등 대중음악 속에도

래퍼 도끼가 Mnet 프로그램
래퍼 도끼가 Mnet 프로그램 '쇼미더머니6'에 출연했다. 그는 부처님 모양의 목걸이를 착용하고, 불교 관련 가사가 들어간 랩을 선보였다. Mnet tv 유트브 캡처

'랩'은 개성 세대라고 불리는 MZ들의 마음을 꽉 붙잡았다. 랩의 가사에는 흔히 본인의 이야기, 가치관 등의 내용을 다소 직설적으로 내뱉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개성 세대의 흐름과 잘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래퍼 중 최고라고 평가받는 '도끼'는 지난 2017년 방영된 Mnet 예능프로그램 '쇼미더머니 6'에 프로듀서로 출연해 불심을 담은 가사를 선보였다.

"Let the saga begin 목엔 자랑질이 아닌 Buddha piece 부처님 머리가 빤짝이지. 허나 반짝이긴 싫어 화려한 놈들 옆에 제3의 눈을 떠 명상 중 뿌리치는 번뇌"

'Buddha piece', '부처님', '명상', '번뇌' 등 불교적 철학과 단어로 랩의 한 마디를 채웠다. '도끼'는 실제로 방송에 출연해 본인이 불자임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특히 불교 관련 악세사리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출연 당시에도 '부처님 머리'를 형상화한 금 목걸이를 패션으로 활용했다.

불교 관련 악세사리. 도끼 인스타그램 캡처
불교 관련 악세사리. 도끼 인스타그램 캡처

도끼의 랩처럼 직접적으로 불심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가사가 담고 있는 내용이 불교적 철학과 깊숙이 관련돼 있는 음악도 있다. 주인공은 대한민국의 가왕 '조용필'이 지난 1997년 발매한 '바람의 노래'다.

"세월 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 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 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불교에서는 '연기'(緣起)라는 공식이 있다. 독립, 자존적인 현상은 하나도 없고, 모든 조건과 원인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는 뜻이다. 쉽게 풀어내면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김으로 저것이 생긴다'. 이를 테면 실패가 있으므로 성공이 있고 고뇌가 있으므로 행복이 있는 것이다.

조용필은 바람의 노래에서 그 이치를 깨달았다고 말하고 있다.

◆ 패션에도 스며든 불교

불자인 박수진(30)씨는 최근 30살이 된 기념으로 불심을 담아 어깨에 연꽃 타투를 했다. 박수진 씨 제공
불자인 박수진(30)씨는 최근 30살이 된 기념으로 불심을 담아 어깨에 연꽃 타투를 했다. 박수진 씨 제공

최근 '타투'가 하나의 패션으로 여겨지면서 자신의 좌우명이나 나비, 캐릭터, 하트 등을 몸에 그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불자들 중 일부는 본인의 불심을 '타투'로 표현하기도 한다. 불자인 박수진(30·대구 동구) 씨는 최근 30살이 된 기념으로 불심을 담아 연꽃 모양의 타투를 본인의 어깨에 새겼다. 박 씨는 "오랜 시간 타투를 고민하다, 불심을 몸에 새기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작은 연꽃 타투를 했다"며 "타투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지만, 연꽃을 볼 때마다 뭔가 모를 불심이 마음에서 꽃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타투이스트 김용원씨가 직접 그린 부처님과 연꽃 도안. 김용원 씨 제공.
타투이스트 김용원씨가 직접 그린 부처님과 연꽃 도안. 김용원 씨 제공.

실제 타투이스트들도 불교 관련 타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3년째 수성구에서 타투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용원(28) 씨는 최근 50대 남성에게 부처님과 연꽃 모양의 타투를 작업했다.

김 씨는 "불교 관련 타투 수요는 꾸준히 있다. 최근 불교 관련 타투 도안을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반응도 좋았다"며 "50대 한 남성에게도 부처님 문신을 했는데, 대화를 하다 보니 불자였다. 꼭 불자가 아니더라도, 불교 관련 도안이 '예쁘다'는 이유로 타투를 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불교 문화가 앞으로는 AI와 관련해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제선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AI가 불교 문화와 많은 관련이 지어질 수 있다. AI는 '정신(영혼)과 몸(육체)', '나와 너'의 구분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모든 존재가 서로 인연으로 깊이 연결돼 있다', '영혼의 환생(윤회)' 등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며 "AI는 계속 발전할 것이고, 현재로서는 예측 불가능한 AI와 불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