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70> 듀이

비키 마이런, 브렛 위터 지음 · 배유정 옮김/갤리온 펴냄

비키 마이런, 브렛 위터 지음 · 배유정 옮김/갤리온 펴냄
비키 마이런, 브렛 위터 지음 · 배유정 옮김/갤리온 펴냄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아라. 그리고 가진 것에 만족하고 행복해하라. 모든 사람들을 잘 대우하라. 좋은 삶을 살아라. 인생은 물질에 관한 것이 아니다. 사랑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이 어디에서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330쪽

인생을 살다 보면 세상의 모든 불행은 내가 다 짊어지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순간들이 온다. 그러나 사람은 모두 각자의 비극을 조금씩 껴안고 살아간다. 여기서 저자의 말을 빌리면 그럴 때 우리를 바닥으로부터 일으켜 세워 꼭 껴안아 주며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라고 이야기해주는 누군가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 존재가 고양이든 사람이든 이러한 위안과 사랑을 누군가에게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삶에 있어 매우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다.

저자는 30대 초반에 싱글맘이 된 후 25년 동안 스펜서 공공도서관에서 일했으며 그중 19년을 고양이 듀이와 함께했다. 이혼, 가족들의 죽음, 질병 등 버거운 삶의 무게와 상처를 듀이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던 그녀는 듀이를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25개국에 번역 출간될 정도로 전 세계에 '듀이' 열풍을 불러일으킨 이 작은 고양이의 인기 비결은 무엇이며,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1988년 아이오와의 가장 추운 겨울날, 희망이 사라져가는 마을 스펜서에 고양이 한 마리가 등장한다. 차가운 도서 반납함에 버려진 새끼고양이를 도서관 사서이자 저자인 비키 마이런이 발견하여 듀이라는 근사한 이름을 지어주고 도서관에서 키우게 된다. 십진분류법의 창시자 듀이에게서 따온 이름, 듀이 리드모어 북스(dewey readmore books)는 오렌지색 솜털과 커다란 황금빛 눈을 가진 길고양이다. 경제 위기로 웃음을 잃어버린 마을에 듀이의 온기가 전해지며 스펜서 마을 전체가 변화해 간다. 이 책은 듀이의 이야기뿐 아니라, 저자의 삶과 스펜서 마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동상이 걸린 채 도서 반납함에서 죽어가던 고양이 듀이, 복지수당에 의존해야 했던 시절을 지나 계속되는 병마와 싸워야 했던 저자, 경제 위기로 생기를 잃어가던 마을. 즉, 이 책은 듀이를 통해 인생의 태도를 배운 저자가 온갖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힘, 내면의 강인함, 질긴 생명력, 그리고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도서관'이라는 완벽한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고양이'를 소재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고양이 중에서도 특히 길고양이를 좋아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꾸만 눈길이 가고 신경이 쓰이고 때때로 마음이 아프다. 긴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내가 그들의 삶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도서관에서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상상해본 적이 없다. 스펜서 도서관 역시 도서관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것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듀이는 이내 도서관에 찾아오는 모든 이들의 친구가 되었고, 특히 장애인이나 어린아이들에게는 더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대화가 단절된 사춘기 자녀와 부모 사이의 소통 매개체가 되기도 했고, 관심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는 위안을 주는 존재가 되기도 했다. 듀이는 긍정적이었고,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수용하며 삶에 감사할 줄 알았으며 겸손했다. 그렇다고 해서 듀이가 대단한 업적을 이룬 고양이는 아니다. 듀이는 그저 평범한 고양이다. 듀이가 도서관에서 하는 일은 방문하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책을 읽는 사람 무릎 위에서 잠을 자고,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지친 마음을 잠시나마 잊게 하여 소소한 기쁨을 가져다준다면 누군가에게 듀이는 어쩌면 특별한 고양이로 불릴 것이다.

또한 책을 읽을수록 사서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를 통해 사서와 도서관의 이야기를 접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도서관은 마을의 중요한 구심점이 되어갔고, 듀이를 통해 여러 가지 마케팅 과정을 담아낸 모습 또한 인상 깊었다. 사서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서관과 지역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시도하고 이루어 낸 저자는 사람들이 도서관에 책을 보러 오건, 영화를 보러 오건, 신문을 보러 오건, 고양이를 만나러 오건, 휴식을 취하러 오건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어떻게 온 마을을 하나로 묶고 많은 이들의 마음에 위안과 행복을 안겨 주었는지 도서관 고양이 듀이의 이야기를 온전히 듣기 전까지는 결코 답할 수 없을 것이다. 상처받고 지친 마음을 안아 줄 사랑의 힘이 필요한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따뜻한 한 권의 책이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

이수민 경상북도교육청 안동도서관 용상분관 사서
이수민 경상북도교육청 안동도서관 용상분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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