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사회적으로 혼란했던 1980년. 학업을 마치고 막 사회에 진출한 대구의 젊은 여성 미술인 8명이 한데 모였다. 주봉일, 신문광, 신정희, 장경선, 조혜연, 주태숙, 차경애, 하혜주 작가는 '청춘에서 백발까지 예술의 길을 능동적으로 성실하게 걷겠다'는 의지를 담아 '청백여류화가회'(이하 청백회)를 만들고 그 해 11월 이목화랑에서 창립전을 열었다.
창립 이후 44년간, 청백회는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정기전을 열어왔다. 특히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제44회 정기전에서는 회원들의 작품과 함께 청백회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44권의 팸플릿과 회의 자료, 활동사진 등 아카이브 자료 등을 처음으로 전시해 의미를 더했다.
최근 작업실에서 만난 이선희 청백회 회장은 "오랜 역사를 한번은 정리하고 아카이브화 하고 싶었다"며 "이미 소실된 자료들도 많기에, 하루라도 빨리 모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주봉일 선생님이 자료를 잘 보관해오셔서 많은 도움이 됐다. 기록들을 다시 보니 세월을 거슬러 옛날의 열정들이 다시 떠오를만큼 감개무량했다. 전시장을 찾은 많은 분들도 작품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청백회가 지나온 시간을 함께 공유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지금은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결혼과 육아 등으로 여성 작가들이 작업은 물론 진취적인 활동을 펼치기란 쉽지 않았을 터. 이 회장은 "이번에 아카이빙과 전시를 위해 찬찬히 자료들을 들여다보면서 청백회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다"며 "작품 활동을 가로막는 현실의 벽을 감내하면서도 서로 응원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끝까지 붓을 놓지 않고 이 단체를 지켜온 회원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은 자료들을 디지털화하는 작업도 앞으로의 숙제다. 디지털 스캔 작업을 통해 영구적으로 자료를 보존하고, 보다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다만 비용이 적지 않게 들다보니 내년에 정부 지원사업 등에 응모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또한 회원 평균 연령대가 60대인 청백회에 젊은 작가들의 유입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세대별로 다루는 매체와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에 젊은 층이 많이 들어와서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미적으로 풍요로운 가치관과 분위기를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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