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재조명되는 MB

최경철 논설위원
최경철 논설위원

지난해 말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대외 활동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 국립대전현충원의 천안함 46용사·연평도 포격 도발 희생자 묘역을 참배한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연극 관람을 했고, 이달 15일에는 서울시장 때의 치적으로 꼽히는 청계천도 찾았다. 그는 청계천 방문 과정에서 자신의 대통령 재임 시절 추진됐던 4대강 사업과 관련, "4대강도 곧 찾아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부 호사가들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정치세력화를 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지만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은 다르다. 'MB 5년에 대한 재평가 시도'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론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MB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선견지명형 업적을 많이 만들었는데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던 만큼 충분한 평가를 해 달라는 것으로 읽힌다.

최근 잇따라 나오는 자료는 MB에 대한 재평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지난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를 보면 일본의 자원개발률이 한국의 4배에 이를 만큼 우리 해외 자원개발 역량이 떨어져 있다. 자원을 무기화하는 경제안보시대가 닥친 가운데 일본은 오랫동안 이에 잘 대처해 온 반면, 우리는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경련의 설명이었다. MB 때 자원외교의 가치를 다시 소환하는 자료였다.

'MB 때 건설된 4대강 보를 활용하는 데 국민 80% 안팎이 찬성한다'는 내용의 지난 16일 환경부 설문조사 결과 발표도 마찬가지였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집중호우가 빈번해진 가운데 호남에는 극심한 가뭄이 찾아오자 담수 능력을 키운 4대강 사업이 옳았다는 여론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4대강 보 역시 미래를 본 사업이었다는 것이다.

전기차 시대가 열린 가운데 전 세계가 광물 자원 확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가뭄·홍수 위험성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치수(治水)의 중요성이 급부상, MB의 성과에 대한 부인은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소득주도성장, 종전선언, 탈원전 등 5년 내내 헛스윙이 잦았던 어느 전직 대통령도 '5년의 치적'이라는 발언을 태연스럽게 내놓는 시대다. 외부 행보를 늘리며 성과 평가 요구를 하고 있는 MB의 최근 움직임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