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고민스러운 축의금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노쇼(no-show)는 5만 원 vs 식사하면 10만 원." 상당수 인터넷 누리꾼들이 제시하는 결혼식 축의금 기준이다. 예식장 식대가 크게 오른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결혼식 축의금으로 고민하는 글들이 많다. 관계·상황별로 금액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사회 초년생에게 축의금 10만 원은 부담입니다. 5만 원, 7만 원은 안 되나요?"란 글도 눈에 띈다. 비혼족(非婚族),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들은 '돌려받지 못할 축의금'으로 속앓이를 한다.

"그냥 아는 사이는 5만 원 vs 친하면 10만 원." 한 채용 정보 업체가 최근 1천177명에게 적정 축의금을 물어본 결과이다. 금액은 결혼식장에 가서 식사를 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조사 결과, '같은 팀원이지만 덜 친하고 협업 때만 보는 직장 동료'나 '가끔 연락하는 친구나 알고 지내는 사이'는 5만 원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각각 65.1%, 63.8%로 1위를 차지했다. '자주 소통하는 직장 동료'에겐 10만 원이 알맞다는 응답이 63.6%였다. '거의 매일 연락하고 만남이 잦은 친구나 지인'의 경우 10만 원이 36.1%, 20만 원이 30.2%로 집계됐다.

축의금 얘기를 하다 보니, '1천 원 축의금 사건'이 생각난다. A씨 등 두 사람은 2019년 전 직장 동료였던 C씨 결혼식에 가서 1천 원씩 넣은 축의금 봉투 29개를 내고, 식권 40장(132만 원 상당)을 챙긴 혐의(사기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C씨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 이들은 1심에서 각각 벌금 200만 원, 100만 원을 선고받고 항소했지만, 패소했다. 재판부는 "1천 원을 축의금으로 내는 것은 사회 통념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혼식 청첩장이 끊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로 미뤘던 결혼식이 한꺼번에 몰려서다. 청첩장을 받는 순간, 축의금 고민이 시작된다. 혼주나 신랑 신부와의 '관계'를 가늠한다. 타인의 경사(慶事)에 계산기부터 두드리려니, 민망하다. 그래도 어쩌겠나. 통장 잔고는 줄고, 돈 쓸 일은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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