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공정채용법’ 입법 서둘러 채용 청탁·고용 세습 막아야

우리나라 고용시장에서는 불공정한 채용 관행과 특권이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고위직 자녀 경력 채용 논란이 불거졌으며 이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선관위는 "공모 절차를 거쳐 합격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에 이어 1급 직원 자녀의 경력 채용 사실이 밝혀져 특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채용 부조리는 고용시장에서 불공정한 악습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달 고용노동부는 단체협약에서 '고용 세습' 조항을 고치지 않은 한 자동차 대기업에 대한 사법 처리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가 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 1천57곳의 단협 규정을 조사한 결과, 위법 소지의 우선·특별 채용 조항이 있는 60곳을 확인한 바 있다. 적발된 60곳 가운데 이 대기업을 비롯한 6곳은 고용 세습 조항을 유지하고 있었다.

관련 법이 허술하다 보니, 부정 채용 논란 당사자들이 그대로 재직하는 문제점도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2018년 모 시중은행 채용 비리 논란 당시 입사자들 가운데 금융권 고위직 자녀 등 수백 명이 재직 중인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 같은 반칙과 특권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채용 청탁이나 강요 등에 대한 처벌이 과태료 부과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인 탓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17일 의원총회를 열어 고용 세습 등 불공정 채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채용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당 노동개혁특위 1호 법안이다. 이 법안을 보면 채용 거래와 채용 강요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과태료에서 형벌로 높였다. 또한, 장기 근속자나 퇴직자의 친족에 대한 우선 채용 요구를 금지하고, 채용 과정의 부정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과 부정 채용 합격자의 채용 취소를 위한 근거가 들어 있다.

고용시장에서 반칙과 특권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불공정 채용은 노동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청년 취업 기회를 빼앗는 심각한 적폐다. 특히, 고용 세습은 노동조합 기득권의 상징적 악습이다. 국민의힘이 발의하기로 한 공정채용법은 공정하고 투명한 고용시장 구축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로서 진영 논리나 정쟁 대상일 수 없다. 국회는 공정채용법의 입법화를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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