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일 정상 韓 원폭 희생자비 공동 참배, 역사 바로 알기 시작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했다. 이 위령비는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 투하로 희생된 한국인들의 영혼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우리는 '왜 일본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가'라며 분노한다. 한일 양국이 경제·안보·문화 등 전반에 걸쳐 협력하고, 세계 평화와 글로벌 어젠다(agenda·의제)에 공동 대응하자면 일본의 진정한 사과가 먼저인데, 과거사는 얼버무리고 미래로 함께 나아가자고 하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많은 현대 일본인들은 '역사'를 잘 모른다. 아예 모르는 사람도 많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한 대부분의 일본 학생들은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가 거기 있다는 사실을 의아하게 여긴다. '한국인이 왜 히로시마에 와서 죽었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 자체를 모르거나, 알더라도 그 체제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은 과거를 아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의 반성'을 촉구할 뿐 현대 일본인들에게 과거사를 정확하게 알리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전후 세대에게 불행한 역사를 정확하게 알리지 않았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고 78년 만에 한국 대통령이 위령비를 처음 참배했다는 사실, 한일 양국 정상이 함께 참배한 것이 처음이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일본 총리 중에는 오부치 게이조(1937∼2000)가 1999년에 참배한 바 있다.

진정한 반성과 사죄는 윽박지른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반성과 양국 협력을 희망한다면 먼저 역사를 정확하게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함께 참배한 것은 역사 바로 알리기의 시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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