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지금 무슨 노래 듣고 계세요?"
몇 달 전부터 SNS에는 거리에서 이어폰을 꽂고 있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슨 노래를 듣고 있는지, '플레이리스트'는 뭔지 등을 묻는 영상이 자주 업로드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영상 속 남성은 스케치북에 '무슨 노래 듣고 계세요?'라는 글을 써놓고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지나가는 사람 15명에게 말을 걸었는데, 3분 남짓한 이 동영상은 무려 조회 수 100만 회를 넘어섰다. 같은 질문을 대학교, 홍대 입구, 초등학교 등 다양한 장소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물을수록 답변도 다양해졌고, 조회수는 500만 회를 넘어서면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음악으로 개성을 표현하는 문화가 MZ세대의 취미 활동으로 자리잡으면서 자신이 듣기 좋은 곡을 모아 듣는 '플레이리스트'(이하 플리)가 대중화되고 있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노래를 듣는 이들도 많아지면서 신인 가수들이 플리 제작에 힘을 쏟는가 하면 플리를 운영하는 유튜버들도 넘쳐나고 있다.
◆플리는 곧 개성…유튜브 1시간 플리도 인기
플리 열풍은 플리가 개인의 개성을 마음껏 녹여낼 수 있는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시작됐다. 개인별 노래 성향이 천차만별이면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만 골라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는 것이다. 타인의 플리를 묻는 영상 콘텐츠가 유행한 것도 타인의 개성을 들여다보고 싶은 MZ세대의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 A(23) 씨는 "타인이 어떤 노래를 듣는지를 통해 요즘 음악 트렌드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친구들끼리 플리를 비교해봐도 천차만별이다. 서로 플리를 공개하고 알려주기도 하는데, 서로의 음악 취향을 공유하는 행위가 또 다른 소통방식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 이들도 많아지면서 각종 유튜버는 아예 1시간짜리 분량의 '플리'를 제작하기도 한다. 유튜브에서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하면 '[Playlist] 봄에서 여름으로 드라이브', 'Summer Playlist 한국의 찐 여름 바이브 여름 휴가 가며 아빠 차에서 들었던 90년대=추억의 신나는 노래 모음' 등 주제별 다양한 플리가 업로드돼 있다. 채널 운영자들은 특정 주제를 잡아 이에 맞는 여러 곡을 고른 후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다.
국내 음원 플랫폼 NHN벅스에서도 큐레이션 플레이리스트 유튜브 채널 'essential'을 운영, 주제에 맞춘 감각적인 배경 화면과 음악을 선보이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유튜버 플리를 통한 음원 유입이 커지면서 신인 뮤지션들은 음반 제작 시 가장 1순위로 고려하는 게 '플리 제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의 한 음악 종사자는 "음악 소비 방식이 변화됐다. 요즘 대형 카페 등에서도 주제별 플리를 재생시켜 매장 BGM으로 사용하고 있다.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주제별 플리 안에는 각종 노래가 들어있는데, 소비자들은 이걸 통해 새로운 본인 취향 음악을 발견하기도 한다"며 "신인 뮤지션들의 곡도 플리를 통해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큰 만큼 플리 제작은 음악계에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했다.
◆유통업계까지 접수
유통업계에서는 잇따라 '플리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플리에 넣고 즐겨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자사 브랜드나 제품을 홍보하는 방식이다. 코카콜라는 인기 걸그룹 뉴진스와 협업해 신곡 'ZERO'를 공개하면서 공식 뮤직비디오는 현재 누적 조회수 1천500만 뷰를 기록했다.
이마트도 3월 창립 30주년을 맞아 윤하, 적재, 예결밴드, 베하필하모닉과 협업한 이마트송을 선보였고 도넛 브랜드 노티드 운영사 지에프에프지(GFFG)는 서울 잠실 '노티드 월드' 개장을 기념하며 악동뮤지션(AKMU) 이수현과 '노티드 월드(Knotted World)'와 '해피 노티드(Happy Knotted)' 음원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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