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관규천'(用管闚天)은 대롱의 구멍으로 하늘을 엿본다는 뜻으로 식견이 매우 좁은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모름지기 좁은 식견으로는 전체의 진상이나 참다운 진리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1950년 8월 1일부터 9월 24일까지 55일 동안 최후의 결전이 펼쳐진 '낙동강 방어전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대구의 방어선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구국의 격전지였다. 또한, 1960년 대구시 내 8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자유당 정권에 항거하여 일어난 '2·28 대구 학생의거'는 학생 민주화운동으로 '3·15 마산의거'와 '4·19 혁명'으로 이어져 부패한 이승만 정권의 몰락을 재촉한 횃불이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4·19 혁명' 기념사에서 2·28 대구 학생의거가 4·19 혁명의 시작점이라고 규정했을 만큼 불의에 대해서는 홀연히 항거하고, 나라를 위해 분연히 일어서는 대구의 정체성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국채보상운동과 낙동강 전선 사수, 그리고 2·28 대구 학생의거야말로 대한민국을 지켜낸 구국의 성지였으며, 지역인으로서 대구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 미래가 없듯이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한반도 통일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었고, 오랫동안 분단의 고통 속에서도 반드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미래의 숙제물로 남아 있다. 정부는 지역 주민과 청소년들이 북한의 실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통일 정책과 남북 관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립할 수 있도록 마련된 통일교육·전시 공간으로 현재 13개 시·도에 '통일관'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에서 운영되는 '통일관'은 통일부에서 위탁 운영하는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비롯하여 서울 통일관, 부산, 인천, 광주, 대전, 고양, 고성, 양구, 청주, 충남, 경남, 제주 등 전국 5대 도시는 물론 지방 중소도시에까지 설치되어 있지만, 유독 구국의 성지라고 불리는 대구, 경북에만 없다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대구에 통일관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수성도서관 바로 옆 건물(대구광역시 수성구 만촌로 153)에 통일관이 버젓이 있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지난 김범일 시장 재임 기간(2010년 7월∼2014년 6월)에 없어졌고, 리모델링된 건물은 한동안 교회로 사용되더니 2021년부터 지금까지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산하 대구생활문화센터로 사용되고 있다.
정부는 '통일관'을 활용하여 통일교육의 활동을 넓히는 한편 평화통일의 기반 조성을 위해 통일 정책·남북 관계·북한 실상 관련 등 다양한 통일교육 자료 전시와 체험 장비 보급으로 통일교육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디지털 체험형 전시에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민간 부문 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VR 콘텐츠와 포토 키오스크 등이 지원돼 '통일관'의 작년 관람객 숫자는 2021년 70만여 명에 비해 무려 50만 명 늘어난 120만 명으로 괄목할 만큼 큰 관심을 보였다.
이렇게 새로운 전시 패널로 다양한 프로그램의 통일 정책을 접할 수 있도록 한 결과 학생·청소년·성인 등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볼 수 있는 반면 대구, 경북의 지역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하물며 제주도에까지 통일관을 조성해 지역 주민과 청소년들이 통일 문제를 쉽게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됨에도 불구하고 호국의 성지인 우리 고장에 '통일관'이 없다는 것은 우물 안의 개구리 식견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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