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훈처 홍보물 표지모델에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박민식 "사죄드린다"

벌금 100만원 약식명령 받은 인물 표지모델 기용…피해자 항의에도 "어쩔 수 없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보훈처가 홍보물 표지 모델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를 쓰고도 적절한 조치를 제 때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보훈처가 매달 발간하는 웹진(인터넷 잡지) '리;스펙 제대군인' 최근 호에 예비역 공군 중사가 표지 모델로 등장한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예비역 공군 중위 김 모 씨는 과거 자신을 괴롭혔던 예비역 공군 중사 박 모 씨가 표지모델에 실린 사안에 대해 발언하기 위해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박씨는 김씨를 지속해서 괴롭힌 혐의를 비롯해 별도의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법원에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보훈처는 그를 표지모델로 기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이를 항의하자 보훈처 측은 "이미 발간된 잡지여서 표지를 교체할 수 없으니 양해해 달라"고 안내했다고 한다.

보훈처는 최근 박 후보자 청문회를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백혜련 위원장의 지적을 받고서야 문제의 웹진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김씨는 이날 청문회에서 "(가해자가) '당신은 나의 수호천사다, 당신과 평생 함께 가고 싶다' 이런 비상식적인 말로 제 거부 의사를 무시한 채 지속해서 접근하며 괴롭혔다"고 증언했다.

그는 "(웹진 표지를 본 뒤) 제가 당했던 행동들이 떠올라서 굉장히 소름 끼쳤고 동시에 이런 상황이 빚어진 데 공헌한 국가보훈처에 참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각 가해자는 경기북부병무지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반면, 피해자인 저는 참고인 신분으로 이곳에 나와 있다"며 "더 이상 저 같은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분노하거나 무기력함을 느끼지 않아도 될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와 관련, 박 후보자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잘못된 일이기 때문에 참고인께 제가 국가보훈처를 대표해 정식으로 사죄드린다"며 "유구무언이고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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